‘한국이 저출산으로 소멸하는 최초 국가’라고 전망한 인구학자 영국 옥스퍼드대의 데이비드 콜먼 교수(사진)가 15년 만에 “한국은 소멸하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한국의 출산율이 현재 낮은 수준이지만, ‘성 평등’ 향상 등 문화·사회적 변화로 속도가 더디더라도 출산율이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심한 교육열과 미혼모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을 한국 저출산의 특징으로 꼽았다.
콜먼 교수는 18일 중국 신경보와 인터뷰에서 “2006년 인구 감소 추세로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소멸하는 국가가 될 수 있다고 했지만, 15년이 지난 현재는 한국이 소멸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의 인구 통계적 상황은 근본적인 변화를 겪지 않았지만 문화적 변화가 서서히 부각되고 있고 정부의 정책이 결국 출산율을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올릴 것”이라며 “하지만 이 과정은 매우 느린 프로세스”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저출산 문제 관련 각종 연구, 토론 등에서는 한국의 심각성을 강조하는 데 콜먼 교수의 2006년 ‘한국 소멸’ 발언이 빠지지 않고 등장해왔다. 중국 매체가 한국 출산율 저하에 대해 인터뷰를 한 것은 중국 역시 최근 출산율 저하 등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콜먼 교수는 한국의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이라는 인구통계학적 상황에 대해서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콜먼 교수가 ‘한국 소멸’ 발언을 한 2006년 한국의 출산율은 1.12였고, 지난해는 0.84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콜먼 교수가 강조한 문화적 변화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 상승과 ‘성 평등’ 등이다.
한국의 출산율 하락 이유에 대해 그는 “사회 발전 속도를 훨씬 능가할 정도로, 초고속 경제 발전이 이뤄졌는데, ‘성 평등’ 달성 속도는 경제 성장 속도보다 훨씬 뒤쳐져 있다”며 “이는 높은 출산율을 유지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은 많은 교육을 받았지만, 고용, 임금, 승진 등에서 ‘유리 천장’ 장애물에 직면해 있다”며 “상황을 더 악화시킨 것은 직장을 가진 여성이 가정에서 집안일과 아이 돌보기 등을 하며 두 가지 직업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너무 무거움 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결과는 독신이나 자녀를 낳지 않는 결과로 이어졌고, 또 주택 가격 상승 등은 한 명 이상의 자녀를 갖지 못하게 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그는 한국의 저출산 문제의 특징으로 자녀 교육과 미혼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꼽았다.
콜먼 교수는 “한국은 자녀가 최고의 대학에 들어가게 하려고 많은 추가 활동을 하고 있다”며 “출산율이 1.6 이상인 선진국에서는 최소 30%의 어린이가 혼외로 태어나지만, 한국에서는 미혼모를 대중이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