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연쇄 총격 사건으로 한인 4명이 사망한 데 대해 현지 교민들은 충격 속에 크게 슬퍼하면서 불안한 심정을 드러냈다.
애틀랜타 한인회 관계자는 17일(현지시간) “뉴스를 보고 놀랐다”며 한인회 차원에서 총영사관과 긴밀한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 30여년 전 정착했다는 한 조지아 교민은 “굉장히 암담하고 충격적인 사건”이라며 “그동안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LA) 지역에서 반(反)아시안 범죄나 비난 등의 사건이 있었지만, 동남부 지역에선 그런 사건을 경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애틀랜타는 많은 인구가 밀집한 큰 도시라는 점에서 충격이 더 크다”며 “재발 방지와 대책 마련을 위해 한인단체를 비롯해 아시안 커뮤니티가 구체적인 논의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공간에서도 아시아계 대상 증오범죄에 대한 규탄과 더불어 “무섭고 불안하다”, “미국에서 앞으로 살아갈 일이 걱정”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로 넘쳤다. 한 교포는 “아시아계가 봉변을 당하고 있다. 암담하고 언제 끝날지도 모르겠다”고 걱정했고, 다른 한인은 “진짜 화가 난다. 사망자들이 억울하지 않도록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에 신고하지는 않았지만, 증오범죄 피해를 봤다는 증언과 목격담도 올라왔다. 뒤에서 밀쳐져 한인 할머니가 크게 다쳤다는 사연, 한인 여성이 욕설을 들었다는 얘기, 주유소에서 돈을 강탈당한 사례 등이 온라인 게시판에 올라왔다. 이번 기회에 자구책의 하나로 총기 구매를 고려해야겠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LA 한인회는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은 명백한 증오범죄”라며 “용의자의 ‘성중독’을 동기로 보는 것은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LA 한인회는 특히 “증오범죄 가능성이 매우 큰데도 이번 사건을 보도하는 미국 미디어들이 (경찰 발표를 인용해) 용의자가 성 중독 가능성이 있다고 전해 증오범죄 가능성을 애써 감추는 행태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윤철 애틀랜타 한인회장은 “교민들 사이에 이번 사건으로 우려가 있다”며 “지역 내 여러 단체장과 협의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아시아계 미국인을 상대로 한 증오범죄 증가는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