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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소형무장헬기가 한반도에 뜬다 [박수찬의 軍]

국내 기술로 개발된 소형무장헬기(LAH)가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공장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방위사업청 제공

1960년대 베트남전쟁에서 모습을 드러낸 UH-1 휴이 수송헬기는 지상전의 판도를 뒤바꿨다. 필요한 곳에 병력을 신속하게 모아 전투를 치르고, 전투가 끝나면 다른 곳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개구리 뜀뛰기’ 식의 교전이 가능해졌다. 전투의 주도권을 장악한 셈이다.

 

피해가 커지자 베트콩과 북베트남군도 대응에 나섰다. 착륙 지점에 매복했다가 미군을 기습하거나, 부비트랩을 설치해 미군에 큰 피해를 입혔다. 적 지상군을 제압해 수송헬기와 병력을 보호하는 AH-1 코브라 무장헬기가 탄생한 배경이다. 

 

베트남전쟁에서 헬기의 위력을 체험한 한국군도 수송헬기와 더불어 무장헬기를 운용해왔다. 최근에는 독자적으로 무장헬기를 개발, 전력화를 앞두고 있다.

 

◆500MD로 시작해 AH-1S까지

 

미군이 베트남전쟁에서 UH-1과 AH-1을 사용하는 것을 지켜본 한국군도 1970년대부터 헬기 구매를 추진했다. 

육군 500MD 헬기가 지상표적을 향해 로켓을 발사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6.25 전쟁 초기 한국군에 패배를 안겨줬던 북한군 기갑부대를 저지하고, 지상군을 근접지원하기 위해서는 전투기보다는 AH-1처럼 낮은 고도에서 저속으로 비행하는 무장헬기가 더 적합했다. 

 

하지만 재정 여건상 AH-1 도입은 쉽지 않아 정찰, 수송, 전차 파괴 등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는 소형 헬기 확보를 대안으로 추진했다. 그 결과 도입된 기종이 500MD다. 

 

대한항공이 1976년부터 면허생산해 250여대가 육군에 도입된 500MD의 최대 강점은 저렴한 가격. 도입비가 AH-1의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 베트남전쟁 이후 폭증한 군용헬기 수요를 충족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기체 양쪽에 M-134 미니건 같은 7.62㎜ 기관총이나 70㎜ 로켓발사기를 장착할 수 있다. 북한 헬기나 AN-2기 같은 침투용 비행기를 방어하는 임무에 적합하다. 가성비가 뛰어났던 셈이다.

 

대전차형은 토우 대전차미사일 4발을 사용하며, 미사일 유도에 필요한 장비가 탑재된다.

육군 AH-1S 무장헬기가 공지합동훈련 도중 지상표적에 로켓을 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헬기 전력 확충에 고심하던 한국군은 500MD에 토우(TOW) 대전차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고 판단, 500MD 토우형 공격헬기 개발을 제작사인 미국 휴즈에 의뢰했다. 

 

북한도 500MD를 갖고 있다. 북한은 1980년대 미국에서 제작된 민수용 500MD 60여대를 서독 기업을 통해 수입했다. 한국군이 사용하는 500MD와 외형이 매우 비슷해 한국군으로 위장해 후방 침투할 위험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생산된 지 30여년이 지나면서 노후화가 심해졌다. 전자, 전기 계통 결함이 잇따랐고, 추락사고도 발생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개발된 소형무장헬기(LAH)로 대체될 예정이다.

 

AH-1은 베트남전쟁 당시에는 지상군 제압에 주로 투입됐지만, 성능개량을 거듭하면서 적 전차 파괴 임무도 수행했다.

 

한국군이 처음 사용했던 기종은 1970년대 중반에 8대가 도입된 AH-1J다. 미국이 1968년부터 생산한 기종으로 미 해병대가 주로 사용했다. 

육군 AH-64E 공격헬기가 훈련을 위해 이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국군은 1980년대 중반까지 AH-1J를 일반에 공개하지 않을 정도로 높은 수준의 보안을 유지할 만큼 중요한 전력으로 평가했다. 1980년대 말 AH-1S가 배치되면서 2000년대 초까지 훈련용으로 쓰였다. 퇴역한 뒤 일부 기체는 안보 전시물로 활용됐다.

 

70여 대가 도입된 AH-1S는 토우 미사일 장착 등으로 무거워진 기체 중량에 대응하고자 엔진 출력과 동력계통을 강화했다. 표적을 조준하는 장치에 적외선 영상장비를 추가, 야간 작전능력을 갖췄다.

 

북한 기갑전력과 특수부대 위협을 저지하는 데 큰 역할을 했지만, 도입된 지 30여 년이 흐르면서 노후화가 심해진 상태다.

 

◆‘날으는 탱크’ 아파치와 국산 LAH 시대 열려

 

1990~1991년 제1차 걸프전에서 미군은 AH-64 아파치 공격헬기를 앞세워 이라크군 기갑부대를 격파했다. 

 

1차 걸프전을 주의깊게 살핀 한국군은 차기 공격헬기(AH-X) 사업을 추진했다. 미국 벨 AH-1Z, 시코르스키(현 록히드마틴) AUH-60, 보잉 AH-64D, 유로콥터(현 에어버스 헬리콥터) 타이거, 러시아 카모프 KA-50, 미르 Mi-28, 남아공 데넬 루이벌크가 후보로 거론됐다.

육군 AH-64E 공격헬기가 가상 표적을 향해 로켓을 발사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당시에는 AH-64D가 채택될 가능성이 높았으나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직후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이후 2011년 AH-X 사업을 재추진, 후보기종으로 거론됐던 AH-1Z(미국 벨), T-129(터키 TAI) 대신 미국 보잉의 AH-64E 아파치 가디언 도입을 결정했다.

 

2016년부터 한국 육군에 배치된 AH-64E는 최대 8㎞ 떨어진 표적을 탐지하는 롱보우 레이더를 탑재하고 있다. 

 

신소재를 활용해 적 화기로부터 기체를 보호하는 능력을 높였으며, 기체 구조를 더 튼튼하게 만들어 내구성과 생존성을 강화했다. ‘전차 킬러’로 불리는 헬파이어 미사일을 최대 16발까지 탑재한다.

 

AH-64E와 함께 지상군을 공중에서 지원할 국산 LAH는 500MD, AH-1S 등 노후한 공격헬기를 대체하고자 2011년 탐색개발에 착수, 2023년에 체계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다. 체계개발 범위는 시제기 3대와 종합군수지원체계, 훈련체계다.

국산 소형무장헬기(LAH)가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공장 앞에 주기되어 있다. 방위사업청 제공

LAH는 소음과 진동이 낮아 은밀한 침투 비행이 가능하다. 자동비행조종장치를 적용해 조종사의 편의를 높였다. 내부 시스템 등은 수리온 수송헬기와 매우 비슷해 수리온을 조종했던 사람은 LAH도 쉽게 조종할 수 있다. 

 

자동비행조종장치에는 무장 모드가 추가되어 표적 위치로 기체 방향을 자동으로 틀어준다. 기총 사격 시 반동에 의한 흔들림을 최소화한다.

 

AH-64E처럼 전용공격헬기와는 형상이 다르지만, 첨단 사격통제시스템을 사용해 사각지대를 최소화했다. 통합헬멧시현장치를 통해 조종사 2명은 상대방의 시선을 공유하면서 표적 인수인계를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다.

 

무장은 20㎜ 기관포와 최신 공대지 미사일, 로켓 등을 장착한다. 국내 기술로 개발되는 공대지 미사일은 인공지능(AI)을 이용해 표적을 식별하고 추적한다. 발사 직후에도 표적 정보를 업데이트해 불필요한 피해를 예방하는 것도 가능하다. 

 

LAH는 오는 6월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최초양산계획을 승인받을 예정이다. 

국산 소형무장헬기(LAH)가 국내 기술로 만들어진 공대지미사일을 시험발사하고 있다. KAI 제공

올해 12월부터 내년 2월까지는 캐나다 북서부 옐로나이프에서 국외 저온환경시험을 실시하게 된다.

 

국내에서는 실험실에서 영하 32도까지 저온환경시험을 할 수 있지만, 기체를 실제로 가동하면서 저온환경시험을 실시해 혹한기 운용능력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옐로나이프는 겨울철 최저기온이 영하 51도까지 내려가는 곳으로, 저온환경시험에 적합한 지역이다.

 

관련 시험이 제대로 진행되면 내년 6월 후속비행시험을 마치고 같은해 8월 전투용 적합판정을 받게 된다.

 

군 관계자는 “LAH는 기존 공격헬기보다 향상된 시스템과 무장을 갖추고 있다”며 “한국군의 헬기 전력 강화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