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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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인은 바이러스 아니다”…바이든, 애틀랜타 달려갔지만 확산하는 항의 시위

증오범죄 근절 위해 3억달러 배정 촉구도
미국 뉴욕에서 시민들이 아시아계 주민을 향한 증오 범죄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인 여성 4명 등 8명이 희생된 애틀랜타 총격 사건 발생 사흘만에 현지를 찾아 아시아계 지도자들과 면담하고 아시아계 대상 폭력을 규탄했다. 수사당국이 증오 범죄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가운데, 주말 동안 애틀랜타는 물론 피츠버그와 샌프란시스코 등에서 항의 시위가 이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 에모리대 연설에서 “너무 많은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걱정하면서 거리를 걸어간다. 그들은 공격당하고 비난당하고 희생양이 되고 괴롭힘을 당했다. 언어적·물리적 공격을 당하고 살해당했다”며 “하지만 이건 바뀌어야 한다. 우리는 목소리를 내고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 여성·흑인·아시아계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도 연설에서 “대통령과 나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언제나 폭력에, 증오 범죄에, 차별에 맞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내 아시아·태평양계(AAPI) 180여개 단체는 이날 바이든 대통령, 해리스 부통령과의 간담회에서 아시아계를 겨냥한 폭력 문제 대처를 위해 3억달러(약 3390억원) 규모의 별도 예산 확보를 요청했다. 백악관 차원의 관계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 구성도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애틀랜타 방문에도 항의 시위는 애틀랜타와 피츠버그, 샌프란시스코 등으로 확산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0일 오후 애틀랜타 주의회 의사당 인근 공원에서 수백명이 참가하는 집회가 열렸다고 전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주의회 의사당으로 행진하며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를 멈춰라”, “아시아인들은 바이러스가 아니다” 등 구호를 외쳤다.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열린 집회에는 한국계 여배우 샌드라 오가 깜짝 등장해 2분여 동안 구호를 외치며 군중을 이끌었다. 그는 “나는 아시아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며 “지역사회의 많은 사람에게 두려움과 분노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은 처음이다. 우리는 자매와 형제들에게 손을 내밀어 ‘도와달라’고 말해야 한다”고 외쳤다.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해 8명의 목숨을 앗아간 총격사건이 일어난 미국 애틀랜타에서 한 시민이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의 포츠머스 스퀘어에도 수백명이 모여 시위를 벌였고, 뉴욕한인학부모협회도 뉴욕 퀸스의 머리힐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은 확실히 인종차별 범죄임을 파악하고 공정히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사건의 한인 피해자 유모씨의 유족은 조지아주 북부 연방 검사장을 지낸 한국계 박병진 변호사를 선임했다. 첫 한국계 연방 검사장이었던 박 변호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임기 말인 올해 1월 초 갑작스럽게 사임했다.

 

AP통신은 수사당국이 총격범 로버트 에런 롱(21)의 증오 범죄 혐의를 적용하기 위한 증거를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조지아주 당국은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주 차원의 증오 범죄 혐의를 적용하는 것을 포함해 모든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다. 조지아주는 지난해에 증오범죄 처벌 법률을 제정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