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플레이의 시작점에 불과했던 서브는 현대 배구에서는 하나의 공격방식으로 진화했다. 스파이크서브나 무회전 플로터서브 등으로 상대 팀에서 가장 리시브가 취약한 선수를 집중공략하는 것이 일반적인 양상이 됐다. 특히 중요한 경기일수록 특정 선수에게 ‘서브 폭탄’을 날려 상대의 조직적 공격을 원천봉쇄한다.
흥국생명과 IBK 기업은행 간의 2020~2021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3전2승제)도 어김없이 이런 ‘서브 폭탄’이 네트를 넘나든다. 그래서 이번 시리즈 승부의 향방을 가를 선수로 부상된 이들이 양 팀 레프트인 김미연(28·흥국생명)과 표승주(29·IBK기업은행)다. 시리즈가 1승1패로 팽팽한 가운데 2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펼쳐질 3차전에서 둘 중 누가 더 ‘서브 폭탄’을 잘 견디는가가 승부처가 됐다.
앞선 1차전은 흥국생명 김연경(33), 2차전은 IBK기업은행 라자레바(24) 등 각 팀 에이스가 승리의 주역이 됐지만, 밑바탕에는 김미연과 표승주의 분전이 있었다. 1차전에서 김미연은 IBK기업은행의 서브 집중공략 속에서도 리시브의 35%를 세터에게 완벽하게 연결하는 고효율을 보여줬다. 이는 자연스럽게 에이스 김연경의 공격 확률을 높이는 밑거름이 됐다. 결국 이날 김연경은 60%에 달하는 높은 공격성공률로 29득점을 만들어냈다.
2차전은 표승주가 빛났다. 1차전에서 상대의 서브 집중공략에 18.18%의 리시브 효율로 무너졌던 그는 2차전에서는 이를 24.14%까지 끌어올렸다. 특히 승부처가 됐던 2세트와 4세트에서는 각각 40%와 36.36%의 높은 효율로 에이스 라자레바가 좋은 공을 연결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표승주의 분전 속에 이날 라자레바는 31득점으로 흥국생명 코트를 폭격했다.
이제 김미연과 표승주 중 3차전에서 더 잘 버텨낸 선수가 최후의 승리자가 된다. 특히 둘 다 팀 분위기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선수다. 김미연은 흥국생명의 주장이고, 표승주도 지난해까지 주장을 맡았던 베테랑이라 이들이 리시브에서 힘을 내지 못하면 공격은 물론 수비까지 팀워크가 무너질 우려가 있다.
서필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