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결국 야권 단일화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다. 안 후보는 지난 대선 패배에 이어 23일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의 경선에서도 패하면서 정치인생 최대 위기에 몰리게 됐다. 다만 ‘아름다운 승복’의 모습을 보인 안 후보가 이번 보선을 거쳐 야권 재편 과정에서 어느 정도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향후 정치적 운명이 판가름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 후보와 안 후보 측은 이날 공직선거법에 따라 정확한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안 후보는 총 4차례 조사에서 모두 패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후보는 당초 자신이 주장했던 후보 ‘경쟁력’ 조사 두 차례를 비롯해 ‘적합도’ 조사 두 차례에서도 모두 오 후보에게 뒤진 것으로 전해져 쓰라린 패배를 안게 됐다.
안 후보는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단일화 국면에서 당시 박원순 후보와 ‘아름다운 단일화’로 주목받으며 정계에 등장했다. 그러나 2012년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 결렬, 새정치민주연합·국민의당 창당·탈당 과정 등에서 잡음을 일으킨 뒤 뚜렷한 정치적 성과를 이뤄내지 못했다.
진보와 보수를 넘나들던 그는 이번에도 스스로를 ‘제3지대’로 규정하며 범야권 표심잡기에 나섰지만 자신이 비판해온 거대 양당과의 차별점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다. 범야권 연대 파트너인 오 후보를 향한 지나친 네거티브 공세, 1500억원대 자산을 보유했음에도 자신을 무주택자로 소개한 점 등은 여론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이밖에 오 후보의 막판 지지율 상승 추이에도 단일화 협상 합의를 빠른 시일 내에 이뤄내지 못했던 점도 전략적 패배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안 후보가 단일화 결과에 깔끔하게 승복했다는 점에선 보선 이후 역할론에 대한 여지가 남아있다. 안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오세훈 후보께서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해주시면 당연히 그렇게 할 것”이라며 “이제 서울시장 선거 승리에 집중해야 된다. 그다음은 대선을 위해 범야권 대통합을 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서울시장 선거대책본부에 오세훈 후보가 안철수 후보를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모셔올 수 있을 것”이라며 화답했다. 안 후보가 야권 유력 대선주자로 떠오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지지를 그간 꾸준히 밝혀온 점에서도 추후 힘을 보탤 가능성이 있다. 안 후보는 윤 총장과의 연대 의사에 대해 “제가 도와드릴 부분이 있으면 열심히 돕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가 내세웠던 ‘보선 이후 국민의힘과 합당’ 제안도 여전히 유효하다.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안 후보가) 자기 선거를 뛰는 것처럼 진정성을 보여주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마음을 열 것”이라며 “(보선까지) 앞으로 보름 동안이 안철수 후보의 향후 정치적인 운명을 가를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곽은산 기자 silve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