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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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記錄), 법을 일으킨 고귀한 역사 [밀착취재]

국회기록보존소
현재 제2대 국회~제19대 국회 의안문서들이 보존서고에 보관되어 있다.

국회기록보존소는 대한민국 국회의 기록물을 보존 및 관리하는 기관이다. 입법부의 ‘기억보관소’라고 할 수 있다. 1999년 ‘공공기관의 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후 2000년 국회기록보존소가 설치됐다.

 

국회기록보존소에는 지난달 기준 보존회의록 4513권, 의안문서 2만5100권, 행정문서 8만4781권의 문서와 사진 및 영상, 행정박물, 기증자료 등이 보관되어 있다. “국회회의록은 대한민국 국회의 역사이자 가장 큰 자산이다. 조선시대와 비교하자면 조선왕조실록에 해당하는 중요 기록물”이라고 기록연구관이 설명했다. 보존서고에는 온도 18~22도, 습도 40~55%의 문서 보존에 최적화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항온항습기와 제습기를 가동하고 RFID태그를 부착해 종류와 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다.

임시의정원 문서의 내부 모습

국회도서관 수장고에 보관 중인 임시의정원 문서를 기록관리과 직원이 조심스레 꺼내 보여주었다.

 

임시의정원 문서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입법기관인 임시의정원에서 1919년 개원부터 1945년 광복 때까지 회의록을 중심으로 생산한 문서 일체를 말한다.

의정원 의장을 지낸 홍진 선생의 후손이 잘 보관해 오다 국회도서관에 기증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임시정부와 임시의정원의 활동 내역과 변천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록이다. 문화재청에서 1500여장의 임시의정원 문서를 문화재로 공식 등록했다.

국회기록보존소에서 기록물을 직접 수집하기도 한다. 제헌국회의원인 최봉식 전 의원의 손자가 집을 정리하다 발견한 오래된 회의록을 부산광역시교육청에 기증했다.

기록관리과 직원이 행정박물서고에 보관 중인 옛 민주당 현판을 살펴보고 있다.

제헌국회 당시 생산된 회의록이었다. 이 기록물을 국회기록보존소 직원이 발견하고 부산광역시교육청으로부터 회수한 것이다. 국회 외부로 유출됐던 기록이 수집된 첫 사례라고 한다.

 

제헌국회회의록은 제헌국회 당시 회의록의 변천사를 연구할 수 있는 가치가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수집 회의록을 복원하기 위해 상태를 면밀히 살피던 중 비공개회의 내용이 발견됐다. 비공개회의록 해당 여부 판단 결과 국회 최초의 비공개회의록으로 등록됐다.

보존서고에서 영구 보관 중인 비공개회의록에 RFID태그가 부착돼 있다.
마이크로폼자료실에서 직원이 중요기록물을 전자기록물로 변형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현재 국회기록보존소는 국회기록물을 유형별로 관리하고 있다. 국회의장이 외국에서 받은 선물을 공식적으로 이관받고 국회의원에게 기증받은 의정활동기록물도 수집하고 있다. 국회의장을 비롯한 국회 주요인물에 대한 구술 채록사업을 확대하고 기록물 열람 제도를 개편해 일반인들도 국회기록물을 열람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강화할 방침이다. 국회기록보존소는 사회적 기록기관으로서 국회가 기억해야 할 기록을 다층적 차원에서 기록화 작업을 수행할 예정이다.

보존서고에 보관 중인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기록물
국회기록보존소는 국회 관련 시설 및 건축물 도면 2949매를 보유하고 있다.

기록이 없으면 역사도 없다. 기록 관리는 역사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국회기록보존소가 국회의 입법 활동과 지적 문화유산을 잘 보존하고 기록을 통해 공유하는 국민들에게 유용하고 의미 있는 기관으로 발전하길 바라본다.

 

사진·글=남정탁 기자 jungtak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