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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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프리즘] 경쟁이 건강한 몸 건강한 사회 만든다

운동에도 ‘경쟁의 법칙’ 도사려
잉여세포 퇴화, 강한 것만 남아
우리 몸 더욱 건강하게 만들어
사회도 건전한 경쟁 통해 ‘활력’

코로나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확찐자’가 급속히 늘고 있다고 한다. ‘확진자’ 낙인이 두려워 많은 사람들이 외부활동을 최소화하고 집에 갇혀 코로나블루와 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풀다 보니 체중이 급격히 불어난 거다. 우리나라는 초고속 인터넷과 첨단의 배달문화 덕분에 단기 비만증가지수를 조사해 본다면 아마도 세계에서 독보적이지 아닐까 생각된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운동이 필요한 때이다.

운동은 체내 세포와 조직들을 활성화시켜 몸의 컨디션을 향상시켜주는 가장 추천하는 건강법이다. 그러나 운동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요즘 사회에서 언급조차 꺼리는 ‘경쟁의 법칙’이 도사리고 있다. 운동은 몸에 강한 물리적 스트레스를 가해 불필요한 세포는 퇴화시키고 건강한 세포를 살아남게 하여 한계상황에서도 몸이 이를 감당할 수 있게 해 주는 일종의 경쟁요법이다. 근력강화운동을 하면 약한 근육세포는 파괴되거나 손상을 입게 되고, 회복과정에서 더욱 강해지거나 아니면 자기소멸과정(apoptosis)을 거쳐 제거된다. 이러한 운동이 지속되면 강화된 세포가 대부분의 에너지를 소모하여 불필요한 잉여세포들은 설 자리를 잃고 사라진다. 우리는 이를 ‘건강하다’고 한다.

배용수 성균관대 교수·생명과학

면역계도 근골격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허가된 코로나백신은 1∼2회 추가접종을 권장한다. 대부분의 백신이 이런 추가접종을 통해 백신 효과를 높이는데 이를 부스팅(boosting)이라 한다. 이 추가접종에 의한 면역강화 기전 역시 운동과 비슷한 경쟁원리가 적용된다. 백신을 접종하면 감염균을 인식하는 면역세포(임파구)들이 활성화되고 이 중에는 반응이 강한 것과 약한 것이 공존한다. 이때 추가접종을 해 주면 감염균에 더 강하게 반응하는 임파구들이 더 빨리 증식되고 상대적으로 대처능력이 약한 것들은 경쟁에서 밀려 사라진다. 이런 과정을 몇 번 되풀이하면 마침내 대응력이 강한 임파구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고 이들이 효과적으로 방어면역을 담당하게 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이들 중 일부가 기억세포로 전환되어 장기적 방어면역을 담당한다.

근골격계와 면역계를 이야기했지만 우리 몸은 약 37조개의 세포가 다양한 장기와 조직들을 구성하며 몸을 이루고 있다. 이들 장기와 조직들은 언뜻 보면 거의 비슷한 세포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 같지만 장기별로 서로 다른 세포들로 구성되어 정해진 영역에서 고유한 역할을 담당한다. 그리고 이들 장기나 조직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철저하게 서로를 보완해주고 경쟁하지 않는다. 그러나 동일 조직 내에서는 과다한 임무(스트레스)가 주어질 경우 한정된 자원으로 조직의 기능을 감당해야 하기에 세포들 사이에는 경쟁이 생기고 상대적으로 건강한 세포가 살아남아 보다 효과적으로 조직의 기능을 담당한다. 보통 근력운동은 기본적으로 근 골격계를 강화시키지만 이 과정에서 다른 장기나 조직들이 함께 강화된다. 근력운동 과정에서 호흡계와 순환계의 도움이 필요하고 에너지 공급과 대사 및 체온조절을 위해 소화계와 비뇨계가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한다. 즉 근력운동을 할 때 다른 기관들에도 스트레스가 가해져 조직 내 세포들 간 경쟁이 생기고 강한 세포들이 선별된다. 결국 대부분의 근력운동은 몸 전체의 조직과 기관들에 스트레스를 가해 보다 경쟁력 있는 세포들이 조직과 장기의 기능을 담당함으로써 몸을 건강하게 해 주는 것이다.

싫든 좋든 이 땅에 사는 생명체는 경쟁의 스트레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인간은 태생적으로 혹독한 경쟁의 구도 속에서 태어나 경쟁사회를 살아간다. 수태과정을 보면 수억 개의 정자 중 1개가 경쟁을 뚫고 난자와 결합하여 수정되고 2등은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 그리고 한 생명이 태어난다. 아무리 생존경쟁이 치열하다 해도 수태의 경쟁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당신은 태어나면서 이미 경쟁력 면에서 검증된 자이다. 우리 몸에 수많은 조직이 있고 각 조직에는 경쟁력 있는 세포가 필요하듯, 당신은 필요한 영역에서 반드시 진가를 드러낼 것이다. 그리고 경쟁에서 당신에게 자리를 내어 준 그 사람 몫까지 감당해서 사회를 더욱 건강하게 할 책임이 있다. 운동은 고통을 동반하는 또 다른 스트레스다. 그러나 그 스트레스가 오히려 사람을 건강하게 하듯, 이 땅에서 건전한 경쟁은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든다.

 

배용수 성균관대 교수·생명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