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야마토·大和)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
일본 고교야구 꿈의 무대에서 한·일 젊은 피들의 한국어 교가가 두 번 울렸다. 재일 한국계 교토(京都)국제고가 24일 봄의 고시엔(甲子園)으로 불리는 제93회 일본 선발고교야구대회 서전을 짜릿한 역전승으로 장식하고 2회전(16강)에 올라갔다.
교토국제고는 이날 효고(兵庫)현 니시노미야(西宮)시 한신(阪神)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첫 경기에서 미야기(宮城)현 대표 시바타(柴田)고를 10회 연장 접전 끝에 5대 4로 제압했다. 1947년 개교, 1999년 야구부 창단 후 외국계 고교로는 처음 전국대회 본선에 오른 교토국제고의 역사적 첫 승리다.
선공을 한 교토국제고는 1회말 2점을 먼저 내줬으나 7회초 한꺼번에 3점을 뽑아 역전에 성공했다. 이어 7회말에 1점을 뺏겨 동점이 된 뒤 10회초 다시 2점을 얻어 재역전에 성공했다. 결국 연장 10회말 한 점을 더 뽑으며 바싹 따라온 시바타고를 주저앉혔다.
대회 전통에 따라 “동해 바다 건너서 … 정다운 보금자리 한국의 학원”이란 한국어 교가도 2회초 시작할 때와 경기 종료 후 두 차례 울려퍼졌다. 첫 번째는 참가팀의 영예를, 두 번째는 승리팀의 영광을 알리는 교가였다. 한국어 교가는 NHK를 통해서도 일본 전역에 생방송됐다. 다만 일본어 자막은 ‘동해’ 대신 ‘동쪽의 바다’로 표기했다.
1학년 이정민 학생은 “한국어 교가가 두 번이나 울려 신기하고 정말 자랑스럽다”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경기를 했기 때문에 역전승이 가능했던 것 같다. 정말 멋진 경기였다”고 말했다. 박경수 교장은 “교토국제고가 하나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며 “한없이 성장해 가는 기량을 보면서 감개무량하다”고 밝혔다.
재일 한인 사회는 감격의 도가니가 됐다. 경기장에서는 재학생, 교직원, 졸업생과 재일 대한민국민단(민단) 관계자 등 860여명이 응원했다. 김타카코 민단 교토본부 사쿄(左京)지부장은 “선수와 감독, 동포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도전을 응원해온 결과”라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한·일 청소년 연합군의 도전이 계속되면서 고시엔에서 한국어 교가가 또 울린다. 다음 경기는 27일 오전 11시40분. 본선 출전 4회 만에 1승을 거두고 2회전에 오른 도쿄 대표 도카이(東海)대 스가오(菅生)고를 제물로 3회전(8강) 진출을 노린다.
니시노미야(일본 효고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