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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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지는 집콕에… ‘홈뷰티’ 전성시대 [S 스토리]

‘집콕 시대’ 홈뷰티기기 시장 호황

모발 등 기기 활용 셀프케어 급증
MZ세대 소비트렌드 맞물려 호황

병원 피부과·미용실 방문 줄이고 구매
“집에서 뷰티기기 활용 피부 관리” 14%
국내 시장 규모 내년 1.6조… 4년 새 3배↑

얼굴 미백, 눈가·목주름 개선, 발모 촉진…
첨단기술 장착 LED기기 전문화·세분화
특허 출원도 급증… 연평균 14%씩 ‘쑥쑥’

#1. 직장인 이혜미(39)씨는 요즘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목주름 관리용 LED기기부터 찾는다. 3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목 주변 주름이 늘어나고 탄력이 떨어지는 것이 눈으로 확연히 보였기 때문이다. 이씨는 “피부과에서 레이저 시술을 추천했지만, 효과가 일시적인 데다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에 이르는 관리비용이 부담스러웠다”며 “목주름 관리용 LED기기는 집에서 편하게 피부관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다”고 만족해했다.

 

#2. 평소 탈모로 스트레스가 심한 직장인 김동철(33)씨는 최근 큰 맘 먹고 탈모 치료용 기기를 구매했다. 20대 후반부터 탈모증상이 있었다는 김씨는 그동안 탈모약을 복용했지만 눈에 보이는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김씨가 선택한 것은 탈모 치료용 기기다. 과연 효과는 있는 걸까. 김씨는 “한 달 정도 사용했는데 모근에 힘이 느껴지는 것 같다”며 “머리카락이 새로 나 풍성한 머리를 기대하기보다는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자는 차원해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집에서 피부나 모발 등을 관리하는 ‘홈뷰티족’이 늘면서 홈뷰티기기 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하면서 피부관리시설이나 피부과를 찾는 대신 홈뷰티기기를 활용해 쉽고 간편하게 관리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LED 마스크, 클렌징 기기 정도에 국한되던 뷰티제품들이 점차 세분화되면서 맞춤형 뷰티기기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홈뷰티기기의 ‘일상화’… 코로나19 팬데믹과 나심비·미코노미 영향

26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코로나19가 확산했던 지난해 5월 전국의 만 20~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9%가 ‘주로 집에서 관리를 하는 홈뷰티족에 해당한다’고 답했다.

피부관리 방법을 묻는 질문에는 ‘마스크팩을 주기적으로 사용한다’는 답변이 54%로 가장 많았고, 천연이나 고급 화장품 구매가 24%로 그 뒤를 이었다. ‘집에서 뷰티기기를 사용한다’는 답변은 14%로 ‘피부과 방문’(10%)이나 ‘피부관리실 방문’(6%)보다 비중이 높았다.

소비자들은 홈뷰티 제품으로 각질 제거기·페이스 롤러·진동 클렌저 등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향후 LED 마스크와 목주름 관리기 등을 추가로 구매하고 싶다고 의향을 드러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홈뷰티기기 시장은 2018년 5000억원 규모에서 2022년에는 1조6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 홈뷰티기기 시장 규모는 2017년 30조원에서 2022년 42조원으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수요 증가에는 ‘나심비’와 ‘미코노미’ 등의 신조어로 대표되는 MZ세대의 소비 트렌드가 맞물려 있다. 나심비는 ‘나’와 ‘심리’ ‘가성비’의 합성어로, 제품·서비스의 가격에 상관없이 내가 만족할 수 있다면 지갑을 여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 소비행태를 가리킨다. 미코노미는 자기 자신을 뜻하는 영어단어 ‘미(me)’와 경제를 뜻하는 영어단어 ‘이코노미(economy)’를 합친 단어다. 나를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것 중 가장 좋은 것을 고르려는 마음을 뜻한다.

대학생인 김채연(20)씨는 “뒤늦게 피부가 망가진 후에 관리하려면 훨씬 더 비용이 많이 든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나를 위한 투자를 미리부터 준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전혀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휴식을 취하면서 간편하게 피부를 관리하고자 하는 ‘셀프 그루밍족’의 수요도 성장세에 한몫하고 있다.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에서는 ‘피부과 가지 않고 피부 탄력, 얼굴형 관리하는 법’, ‘뷰티 디바이스 10종 플렉스(지출), 내 돈 주고 산 제품 추천’, ‘가성비 높은 뷰티기기 소개’ 등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홈뷰티기기는 ‘진화 중’

LG전자는 ‘홈뷰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LG전자는 2017년 9월 프리미엄 홈뷰티기기인 ‘LG 프라엘’을 론칭하며 뷰티 시장에 진출했다.

LG 프라엘은 ‘더마 LED 마스크’와 탄력관리용 ‘토탈 타이트업 케어’, 화장품 흡수 촉진을 돕는 ‘갈바닉 이온 부스터’, ‘클렌저’ 등 기본 피부관리기 4종을 선보였다.

2019년에는 초음파 클렌저, 목 부위 피부 관리기 ‘더마 LED 넥케어’를 출시하며 피부관리를 얼굴에서 목까지 확대했다.

지난해 선보인 탈모치료용 의료기기 ‘메디헤어’는 탈모로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탄생했다. 메디헤어는 머리에 착용하는 헬맷 형태 탈모치료 전용 의료기다. 146개의 레이저와 104개의 LED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모낭세포의 대사를 활성화해 모발 성장을 돕는 원리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관련 인증을 받았다.

LG전자가 성인 남녀 4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결과에 따르면 메디헤어를 27분 모드로 주 3회씩 총 16주간 사용한 참가자들의 모발은 대조군과 비교해 1㎠당 밀도가 21.64% 증가했다. 모발 굵기도 19.46% 굵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개발된 제품인 LG 프라엘 ‘아이케어’는 눈가 전용 LED가 장착돼 피부 톤 개선은 물론 다크서클과 아이백 등 눈가에 흔히 생기는 트러블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다.

제품에 부착해 사용하는 아이패치에는 미세전류가 흘러 눈가 피부조직과 근육을 자극해 진피층 하단부터 생기는 콜라겐과 엘라스틴 생성을 활성화하는 데 탁월하다는 것이 LG측 설명이다.

LG전자 관계자는 “2019년 말 홈뷰티사업 강화를 위해 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본부 산하에 ‘홈뷰티사업담당’을 신설했다”며 지난해는 홈뷰티연구소를 설립하고 전문의들로 구성된 자문단을 운영하는 등 사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아모레퍼시픽의 뷰티기기 전문 브랜드인 메이크온의 얼굴과 목 전용 ‘LED 패치’와 LED 마사지 기기 ‘스킨라이트테라피’, ‘누페이스코리아’ 누페이스 트리니티, 로레알의 클라리소닉 등 국내외 뷰티 기업들이 관련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홈뷰티기기 관련 특허도 증가세다. 특허청에 따르면 홈뷰티기기 관련 특허가 2014년 이전 5년간 평균 130건에서 2014년부터는 연평균 14%가량 증가하고 있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홈뷰티가 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기 시작한 데에는 뷰티기기가 중심에 있다”며 “뷰티기기는 합리적 가격으로 집에서 휴식하는 시간에 사용할 수 있는 편의성으로 소비자를 사로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첨단기술이 홈뷰티기기의 발전을 촉진하고 있다”면서 “주름개선, 마사지, 리프팅, 화장품 흡수 증가, 제모 등 점점 더 세분화, 전문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26일 경기 평택의 LG디지털파크에서 LG전자 홈뷰티개발팀 김정욱 책임연구원이 LG 프라엘 메디헤어를 소개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제품 개발 위해 미용학원까지 다녀… 안전 최우선 고려”

 

“홈뷰티기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피부미용 분야에 전문성이 필요하더라고요. 소위 ‘아재’에게는 생소한 것들이 많았어요.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무작정 미용학원을 찾아가 미용사 자격증 과정을 3개월간 공부했습니다.”

 

LG전자 홈뷰티개발팀 김정욱 책임연구원은 26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눈가 피부나 피부 탄력 관리 등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피부미용사 국가자격증을 따고, 의학 교재를 찾아 공부했다”며 ‘LG 프라엘’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이같이 설명했다.

 

홈뷰티개발팀은 LG 프라엘 탄생의 핵심 부서다. 마스크, 클렌저 등 기본 피부관리 기기를 비롯해 눈과 목 전용 관리기기, 의료용 탈모치료 기기 등 세분화된 제품이 모두 개발팀의 손을 거쳤다.

 

홈뷰티개발팀은 가장 심혈을 기울인 제품으로 최근 출시한 ‘메디헤어’를 꼽았다. 메디헤어는 가정용 피부관리 기기를 선보인 LG전자에서 최초로 출시한 3등급 의료기기다.

 

메디헤어는 ‘국내 1000만명이 넘는 탈모인들이 쉽고 편하게 치료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프라엘 더마 LED마스크에 적용된 ‘600㎚ 대역의 적색광’처럼 빛의 파장이 탈모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를 확인한 후 제품 기획에 나선 것이다.

 

김 연구원은 “보통 제품 개발에 1∼2년가량 걸리는데 메디헤어는 기획단계부터 출시까지 4년 가까이 걸렸다”며 “병원 임상을 통해 검증하고 개발하기까지 모든 게 새로워서 힘들기도 했지만 그만큼 기억에 남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의료기기이지만 전문 의료인의 관리범주 밖에 있는 ‘집’에서 사용하는 제품인 만큼 안전에 최우선 가치를 부여했다”며 “내부 품질검증시스템과 전문자문단을 통해 철저하게 안전을 검증했다”고 덧붙였다.

 

개발팀은 안전성과 효과성이라는 두 가지 핵심 사안을 중점에 두고 새로운 제품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어떻게 하면 좀 더 효과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을까에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며 “서로 다른 기술과의 융복합, 사물인터넷(IoT) 연계 기술 등 효과를 높이면서도 고객이 보다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들을 연구하고 있어 다음 제품도 기대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혜정 기자 hjna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