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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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이 울리는 신라면" 만든 ‘라면왕’… 농심 신춘호 회장 별세

‘신라면’ 신화를 일군 농심 창업주 율촌(栗村) 신춘호 회장이 27일 별세했다. 향년 92세. 농심은 “신 회장이 오늘 오전 3시 38분께 지병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최근 노환으로 서울대병원에 입원 중이었다. 신 회장 장남인 신동원 부회장은 지난 25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 회장에 대해 “몸이 안 좋으시고 병원에 입원해 계신다”고 언급한 바 있다.

 

1930년 울산에서 태어난 신 회장은 1965년 농심을 창업한 이후 56년 동안 회사를 이끌어왔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 창업주인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둘째 동생이다.

 

1958년 대학교 졸업 후 일본에서 성공한 고 신격호 회장을 도와 제과 사업을 시작했다가 1963년부터 독자적인 사업을 모색했고 당시 일본에서 쉽고 빠르게 조리할 수 있는 라면이 큰 인기를 끈 것에 주목해 농심을 창업했다.

 

그는 농심 창업 후 신라면, 짜파게티, 새우깡 등 국민적 사랑을 받는 제품들을 개발했다. 특히 신 회장의 역작인 ‘신라면’은 현재 전 세계 10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신 회장은 1992년까지 대표이사 사장을 맡다가 농심이 그룹 체제로 전환하면서 그룹 회장직을 맡아왔고 최근 경영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났다.

 

신 회장은 부인 김낙양 여사와 신현주(농심기획 부회장), 신동원(㈜농심 부회장), 신동윤(율촌화학 부회장), 신동익(메가마트 부회장), 신윤경(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 부인) 3남 2녀를 두었다. 

 

◆농심 장남 신동원 부회장 경영 승계…후계 구도 정리

 

농심 창업주인 신춘호 회장이 27일 별세함에 따라 차기 회장에는 현재 농심 대표이사인 장남 신동원 부회장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신춘호 회장은 별세 이틀 전인 지난 25일 농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되지 않으면서 경영에서 공식적으로 물러난 상태였다.

 

신동원 부회장은 이번 주총에서 박준 부회장과 함께 사내이사로 재선임됐고 이영진 부사장은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신동원 부회장은 1979년 농심에 입사해 전무, 부사장 등을 거쳐 1997년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데 이어 2000년에는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사실상 농심 경영을 맡아왔다.

 

지난해에는 농심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데 일조했다.

 

농심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집콕'과 영화 기생충에 등장한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 효과로 매출이 전년보다 12.6% 증가한 2조6천398억원에 달했다.

 

영업이익은 103.4% 증가한 1603억원으로 역시 사상 최대였다.

 

농심은 신춘호 회장의 3남 2녀 중 신동원 부회장과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 등 세 아들 중심으로 후계 구도가 일찍부터 정리돼 왔다.

 

신동원 부회장은 현재 농심 최대주주인 농심홀딩스의 최대주주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신동원 부회장의 농심홀딩스 보유 지분은 42.92%였다.

 

신동윤 부회장의 농심홀딩스 지분은 13.18%로 격차가 컸다.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 부인이자 차녀인 신윤경씨가 2.16%를 갖고 있고 신춘호 회장의 부인인 김낙양씨 지분은 0.23%다.

 

◆농심 신춘호 빈소 서울대병원에 마련…롯데 신동빈 조화 보내

 

 27일 세상을 떠난 고(故) 신춘호 농심 회장의 빈소가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이날 오후 차려진 신 회장의 빈소는 농심 임직원들과 각계에서 보낸 조화를 가져다 놓는 손길 등으로 분주한 모습이다.

 

고인의 동생인 신준호 푸르밀 회장은 이날 오후 일찍이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도했다.

 

빈소 내부에는 장남인 신동원 부회장을 비롯해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 신동익메가마트 부회장, 신현주 농심기획 부회장 등 자녀들이 자리를 지켰다.

 

고인의 차녀인 신윤경 씨와 사위인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도 빈소를 지키며 조문객을 맞았다.

 

신춘호 회장은 1971년 히트 상품 '새우깡'을 개발할 당시 아직 어린아이였던 신윤경씨의 '∼깡'이라는 말투를 보고 '새우깡'이라는 제품명을 떠올렸다는 일화가 있다.

 

빈소 내부에는 신준호 회장의 조화와 함께 고인의 형인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명예회장의 아들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의 조화가 놓여 눈길을 끌었다.

 

고인은 지난 1960년대 초 일본에서 활동하던 신격호 회장을 대신해 국내 롯데를 이끌었다.

 

그러나 1965년 라면 사업 추진을 놓고 신격호 회장과 갈등을 겪은 끝에 라면 업체 롯데공업을 설립하며 독립했다.

 

1978년 롯데공업의 사명을 농심으로 변경하면서 롯데와는 완전히 결별했다. 형제는 이후 결국 화해하지 못한 채 1년여 간격을 두고 세상을 떴다.

 

지난해 1월 신격호 회장이 별세했을 때 신춘호 회장은 끝내 형의 빈소를 찾지 않았다.

 

그를 대신해 신동원 부회장이 신격호 회장의 빈소를 지켰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현재 일본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직접 빈소를 찾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아직 조문일정 등은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kk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