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경비원 고(故) 최희석씨를 때리고 폭언을 일삼은 혐의로 입주민 심모(50·사진)에게 검찰은 1심과 같은 징역 9년을 구형했다. 앞서 1심은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심씨를 법정구속한 바 있다. 이에 심씨와 검찰 모두 항소했었다.
검찰은 31일 서울고법 형사 6-3부(조은래 김용하 정총령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심씨의 상해 등 혐의 사건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원심 구형대로 징역 9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심씨는 최후진술에서 최씨의 녹취록 중 지난해 5월3일 일어난 폭행·폭언 건은 사실이 아니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또 “방송과 언론에서 전 국민에게 편향적 시각을 제공했다”며 거듭 일부 혐의를 부인했다.
심씨는 “세간의 비난을 받아오며 깊게 반성하고 후회하고 뉘우치며 지낸 지 약 1년이 다가오고 있다”며 “방송과 언론에서 매일 같이 자극적으로 방영됐고, 전 국민에게 편향적 시각을 제공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5월3일 사건 내용이 만약 사실이 아닌 거짓이라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사실이 아닌 내용이 단 한번도 확인되지 않고 여과 없이 공영방송과 언론에 온라인상에 무방비로 대응할 수 없도록 유출됐다면 제가 어떻게 해야 맞는 건가”라며 “사건의 진실과 제 호소를 덮으려 하지 말길 재판부에 간곡히 부탁한다”고 혐의를 부인하는 태도를 일관했다.
심씨 측 변호인은 최씨 유족과 합의를 시도하고 있다며 선고를 늦춰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재판부는 “그동안은 합의를 위한 노력을 어떻게 한 것이냐”고 물었고, 변호인은 “재원을 마련 못해 추진을 못 했다”며 “형제자매들이 도와 합의금을 마련해주겠다고 해 추진하고 있다”고 답했다.
다시 재판부는 “유족을 한번이라도 만난 적 있느냐”고 물었고, 변호인은 “접촉이 없었다”고 답변했다.
재판부는 “돈을 마련한다고 해 합의가 된다는 보장이 없지 않느냐”며 “재원이 문제일지, 유족이 감정을 누그러뜨리는 게 먼저일지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재판부에 반성문을 많이 제출했는데, 반성문을 써낼 상대방은 법원도, 재판부도, 판사도 아닌 피해자”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유족의 감정”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유족과 원만하게 합의가 되면 좋겠지만, 불상사가 없어야 한다”며 “무탈하게 합의가 진행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앞서 심씨는 지난해 4∼5월 서울 강북구 우이동 소재 아파트 단지에서 경비원이었던 최씨를 여러 차례 폭행하고 협박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경찰과 검찰 조사에 따르면 심씨는 4월21일 주차된 자신의 승용차를 최씨가 손으로 밀어 옮겼다는 이유로 처음 다투면서 폭행했다. 당시 최씨는 얼굴 부위에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손상 등을 당했다. 최씨를 이를 경찰에 신고했다는 사실을 안 심씨는 같은달 27일 보복할 목적으로 경비원 화장실로 끌고 가 가두고 12분가량 구타·협박하는 한편 사직을 종용하기도 했다. 이때에도 최씨는 3주간 치료를 요하는 골절상 등을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최씨는 극심한 심리·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심씨에게 폭행과 협박을 당했다는 취지의 유언을 담은 녹취록을 남기고 작년 5월10일 자택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심씨의 항소심 선고 공판은 오는 5월12일 오후 2시20분 열린다.
앞서 1심은 심씨의 상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 감금·상해·폭행), 무고, 협박 등 7개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한 바 있다.
그러면서 “유족으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해서 유족이 엄벌을 탄원했다”며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더불어 “(범행) 경위와 방법, 내용 등 사안이 무겁고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