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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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위한 법정최고금리 인하, 불법사금융만 키우나

금융권 부실대출우려 문턱 높여
돈줄 막힌 저신용자 불법 내몰려
벌써 포털·SNS 등에 광고 급증
금융당국, 합동 단속·점검 확대
우수 대부업자 규제완화 등 부심

법정 최고금리 인하를 앞두고 금융권은 물론 저신용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과거 금리 인하 당시와 마찬가지로 대부업계의 부담이 커지고 불법사금융이 기승을 부리는 행태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1일 서민금융진흥원 등에 따르면 오는 7월7일 법정 최고금리 인하(24%→20%)를 앞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인터넷 포털 등에서 불법사금융의 광고가 급증하고 있다. 서금원과 이름을 비슷하게 내걸고 공공기관인 척하거나 서금원의 로고 및 캐릭터를 인용하는 경우, 기사처럼 보이는 형태의 광고를 내보내는 등 천차만별이다.

서금원 관계자는 “과거에도 그랬지만, 법정 최고금리가 인하하는 시기는 불법사금융 업체들에겐 대목으로 꼽힌다”며 “코로나19로 인해 경제난이 가중되고, 재난지원금 등 정부 지원금이 풀리면서 불법사금융 업체들 입장에서는 호재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저신용자나 신용불량자를 불법사금융에 더욱 내몰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최고금리 인하로 98만명에 이르는 기존 대부업 신용대출 이용자들 중 31만명 이상(약 2조원)이 불법사금융에 내몰릴 수 있다는 전망을 지난해 발표한 바 있다.

금융당국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저신용자를 위해 내년까지 연 금리 20%를 초과하는 대출의 대환상품을 공급하고, 정책금융상품의 금리를 낮추는 등 후속조치에 돌입했다. 금융권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중개 수수료의 상한(500만원 이하 4%·500만원 초과 3%)을 1%포인트 낮춘다. 서민금융 우수 대부업자에 대해 은행의 자금조달 규제를 완화하는 등 인센티브도 잇따른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금융당국은 불법사금융의 확산에 대비해 관계기관 합동으로 단속 및 점검도 확대하기로 했다. 그러나 넘쳐나는 불법사금융의 광고 및 게시물을 사전에 단속하거나 차단할 방법은 사실상 없기 때문에 실효성은 미지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인터넷 포털 광고나 커뮤니티 게시물 등을 통해 불법사금융 광고가 버젓이 게재되더라도 표현의 자유 등을 이유로 섣불리 차단할 수 없고, 포털업계에도 계도하는 것 외에 실질적인 제재방안이 딱히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러한 만큼 대부업계 등 금융권의 우려는 여전하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아무리 금리 인하를 채찍질하더라도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대출 회수 확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4년과 2016년 등 법정 최고금리 인하가 단행됐을 당시에도 대부업체가 줄도산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금융당국은 금융사들이 고신용자 대상 저금리 대출에 몰리는 것을 타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으로부터 가계대출 총량 대비 중금리대출(연 10% 이내) 비율을 얼마나 늘려갈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서를 받기로 했다. 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들이 당초 설립 취지와 달리 고신용자 중심의 대출에 치중해왔다고 보고 있다. 이에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중금리대출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계획서를 받은 뒤 정기적으로 목표 달성 여부를 점검해 나갈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