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부가 1일 일본 도쿄에서 양국 외교당국 국장급 협의를 했으나 일본군 위안부·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 등 핵심 현안에서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측 이상렬 외교부 아시아태평양 국장은 협의에서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우리 정부 입장을 설명하고, 특히 강제징용 판결에 대해서는 일본 측이 문제 해결을 위해 보다 성의 있는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고 주일 한국대사관이 밝혔다.
일본 측 후나코시 다케히로(船越健裕)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은 일본 정부 입장을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위안부·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해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한국 측 책임으로 적절한 조치를 할 것을 일관되게 요구하고 있다.
교도통신은 국장급 협의에 대해 “위안부 소송 등 역사 문제로 악화한 일·한 관계 개선을 모색한다는 의도였지만 평행선으로 끝난 것 같다”고 보도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처음 이뤄진 양국 국장급 협의는 대면 협의로는 지난해 10월 29일 이후 5개월여 만, 온라인 협의를 포함하면 올해 1월 15일 이후 2개월여 만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을 복원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으나, 지지층을 의식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이래 현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 정권의 한국 경시 정책으로 한·일관계 개선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2월 9일 취임 후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과 대면 회담은 물론 전화통화도 없다.
2일 열리는 한·미·일 3국 안보실장 회의에 이어 이달 하순 개최를 목표로 조정 중인 것으로 알려진 3국 외교장관 회의를 계기로 한 한·일 양자회담 성사 여부가 향후 3국 협력 복원의 방향과 속도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