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얀마 사태 해결에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함께 할 것을 주장하며 지역내 입지 강화에 나서고 있다. 지역내 문제는 지역에서 해결을 강조해 미국과 아시아 국가간 동맹 전선을 느슨하게 만들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2일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왕이 외교 부장은 전날 중국 푸젠성 난핑에서 히샤무딘 후세인 말레이시아 외교부 장관을 만나 미얀마 사태에 대해 “중국은 평화와 대화를 증진하기 위해 ‘아세안 접근법’을 계속해서 사용하는 것을 굳건히 지지하고, 가능한 빨리 중재할 아세안 지도자들의 특별 회의를 소집할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제 사회가 미얀마를 대신해 자의적으로 압력을 가하는 것이 아니라 내정에 대한 비간섭의 기본 규범을 고수하며 정치적 화해를 위한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아세안 특별 회의 요청은 아세안 회원국과의 회의를 통해 지역내에서 미얀마 사태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자는 취지다. 특히 내정에 대한 비간섭 고수를 강조하며 미국 등 동맹의 미얀아 압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이다.
왕 부장은 “중국은 아세안 국가들과 남중국해 평화 협상을 가속하길 원한다"면서 "양국은 민족의 존엄과 권리 수호를 서로 지지하고 다자주의와 일방주의, 외부 압력과 간섭에 반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히샤무딘 장관도 “역외 세력이 지역 국가를 분열시키려는 시도는 성공할 수 없다”면서 중국에 대해 지지를 표명했다.
왕 부장은 지난달 31일부터 2일까지 푸젠성에 머물며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각국 외교장관을 초청해 회담을 벌였다.
그는 3일에는 한국의 정의용 외교부 장관을 만나 한중 협력 강화방안 논의를 통해 미국 핵심 동맹국과 관계 개선을 가속할 방침이다.
앞서 왕 부장은 지난달 24일부터 30일까지 중동 순방에 나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터키, 이란, 오만, 바레인을 방문해 신장과 홍콩 문제 등 중국의 핵심 이익에 대한 지지를 요청했다.
중국의 이 같은 광폭 외교 행보에 환구망 등 중국 관영 매체들은 “미국이 아무리 중국을 비방해도 미국의 일부 동맹국이나 중국과 영토 분쟁을 겪는 국가마저도 중국을 여전히 지역 강국으로 여긴다”면서 “아시아 국가들과 빈번한 교류는 중국이 지역의 안정자로서 흔들림 없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대내외에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