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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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이드 죽게 한 목누르기, 경찰 규정 아냐”

미니애폴리스 경찰서장 증언
살인 기소 경관에 불리한 진술
경관변호인 “순간적 최선 선택”
메러디아 애러돈도 미국 미니애폴리스 경찰서장이 5일(현지시간) 미네소타주 헤너핀카운티 지방법원에서 열린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재판에 나와 증언하고 있다. 그는 한때 자신의 부하였던 피고인 데릭 쇼빈이 플로이드에게 목 조르기 제압 기술을 9분여간 사용한 것은 규정 위반이라고 말했다. 법원 TV영상 캡처, AP=연합뉴스


지난해 미국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용의자 조지 플로이드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목을 짓눌러 그를 사망케 한 혐의(2급살인 등)로 기소된 전직 경찰관 데릭 쇼빈에게 불리한 법정 진술을 당시 쇼빈의 상관이 쏟아냈다.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니애폴리스 경찰서장 메러디아 애러돈도는 미네소타주 헤너핀카운티 지방법원에서 열린 쇼빈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등 뒤로 수갑을 찬 채 엎어진 사람에게 그런 수준의 물리력을 지속해서 행사하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규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무릎으로 9분29초간 목을 누른 행위는 긴장의 단계적 완화나 합리적인 물리력 사용과 관련한 경찰 정책을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그는 “처음 몇초 동안은 (목 누르기가) 플로이드 통제를 위해 합리적이었을 수 있다”면서도 “일단 플로이드가 저항을 멈췄을 때, 그리고 그가 고통을 느끼며 이를 말로 표현하려 했을 때 중단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시 쇼빈의 행동이 “우리 훈련의 일부가 아니며, 우리 윤리나 가치관의 일부도 전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경찰서장이 부하 경찰관 재판에 반대 측 증인으로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애러돈도의 증언은 경찰관의 직무수행 중 행동에 온정적 태도를 보이곤 하는 배심원들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NYT는 전했다. 데이비드 슐츠 미네소타대 법학과 객원교수는 “일반적으로는 경찰서가 직원을 방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경찰서장이 ‘우리의 관행이나 기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면 배심원단은 ‘이 경찰관은 보호받을 수 있는 경찰 활동의 범주 안에서 행동한 것이 아니구나’라고 판단하기 쉽다”고 말했다.

검찰 측은 경찰관이 물리력을 사용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매뉴얼에 담겼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애러돈도 서장에게 ‘목 제압 기술은 수동적으로 저항하는 대상에게는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적힌 부분 등을 읽게 했다. 쇼빈 측 변호인은 경찰이 현장 경찰관에게 순간적으로 최선의 행동을 택할 재량권을 주고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방어 전략을 펼쳤다.

2020년 5월 26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 데릭 쇼빈 경관이 비무장한 조지 플로이드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무릎으로 플로이드의 목을 눌러 제압하는 장면이 행인에 의해 촬영됐다. AFP연합뉴스

1989년 경찰에 입직해 2017년 미니애폴리스의 첫 흑인 경찰서장이 된 애러돈도 서장은 지난해 5월25일 집에 있다가 플로이드 사건 발생 보고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그는 처음 감시카메라 영상을 확인했을 때는 문제점을 찾지 못했으나, 자정 무렵 ‘당신 직원이 목을 졸라 사람을 죽이는 동영상을 봤느냐’는 지역 주민의 연락을 받고 체포 상황을 재검토한 끝에 쇼빈 등 연루 경찰관 4명을 해임했다.

민권 변호사인 네키마 레비 암스트롱은 당시 서장에게 연락한 주민이 자신이라며 “애러돈도의 증언에 만족한다. 그는 경찰관이 누군가의 인권과 헌법상 권리를 침해하는 일이 발생했을 때 전국의 경찰서장이 따라야 할 강력한 모범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