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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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미제’ 강도살인 DNA 분석 재의뢰로 해결…이춘재 검거서 영감얻은 안산 단원서 ‘쾌거’

고잔동 연립주택 사건 관련 강도살인 혐의 적용해 40대 재소자 기소의견으로 검찰 송치

 

유전자(DNA) 분석 기법의 향상과 형사의 집념이 더해져 20년간 오리무중이었던 강도 살인사건이 해결됐다. 특히 우리나라 강력범죄 사상 최악의 장기 미제로 오점을 남긴 ’이춘재 연쇄살인’이 첫사건 발생 34년 만에 재수사를 거쳐 DNA 일치가 확인돼 진범을 잡은 데서 영감을 얻었다는 후문이다.

 

경기 안산 단원경찰서는 지난달 강도살인 혐의로 A(41)씨를 입건해 수사한 뒤 최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7일 밝혔다.

 

앞서 A씨는 2001년 9월8일 오전 3시쯤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의 한 연립주택에 공범 1명과 함께 몰래 들어가 남편과 자던 50대 B씨를 깨워 결박한 뒤 돈을 훔치려다가 잠에서 깬 B씨 남편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A씨 일당은 B씨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중상입을 입힌 뒤 현금 100만원을 훔쳐 달아났었다.

 

당시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결박에 사용된 검정 테이프를 비롯한 A씨 일당의 범행 도구를 여러 개 확보해 DNA 분석을 의뢰했지만, 당시 과학기술로는 검출해내지 못했다.

 

더구나 B씨는 A씨 일당과는 일면식도 없다고 밝혔다. 나아가 A씨 일당이 가스 배관을 타고 잠기지 않은 창문을 통해 B씨 집에 침입하는 바람에 폐쇄회로(CC)TV 영상에도 잡히지 않았고, 수사는 답보상태에 빠졌다.

 

그렇게 난항에 빠진 채 세월이 흘러 단원경찰서가 안산단원경찰서가 속한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해 6월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의 재수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막바지 서류 작업을 벌였고, 이춘재가 저지른 14건 중 5건의 증거물에서 검출된 DNA로 덜미를 잡았다. 

 

이에 20년 전 사건을 떠올려 재검토에 들어간 단원경찰서 형사들은 경찰서 증거 보관실에서 잠자고 있던 증거물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다시 DNA 분석을 의뢰했다고 한다. 기어이 지난해 8월 증거물 중 B씨를 결박하는 데 사용된 검정 테이프에서 남성의 DNA가 검출됐다는 국과수 회신이 도착했고, 이를 수형자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한 결과 다른 범행으로 현재 전북 전주 교도소에 수감 중인 A씨와 일치한다는 결과를 얻어냈다. 

 

이에 형사들은 A씨를 접견해 DNA 분석 결과를 알려줬고, 좀전까지만 해도 강도 살인사건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던 그는 ”그렇다면 분석 결과가 맞겠죠”라며 사실상 인정한 뒤 이후 경찰의 접견 조사를 거부했다고 한다.

 

증거물에서 A씨 외 다른 DNA가 검출되지 않고 A씨도 공범을 진술하지 않는 바람에 형사들은 20년 전 A씨의 주변 인물 등을 대상으로 공범을 찾는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뉴시스에 “단원서의 미제 사건 가운데 가장 큰 사건이었던 이 사건을 우선 재검토했다”며 “다행히 당시 범행도구 등 증거물이 남아있어 재수사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