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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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가는 삼성전자, 美 반도체공장 투자 속도내나

국내기업 중 유일하게 ‘반도체 CEO 서밋’ 초청받아

TSMC·NXP 등 19개사 참여
美투자·일자리창출 압박 예상

오스틴 공장 시설투자 확대
삼성에겐 기회이자 부담 전망

구속중인 이재용 부회장 대신
최시영 파운드리 사장이 갈 듯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뉴스1

백악관이 오는 12일(현지시간) 개최하는 ‘반도체 CEO 서밋’에 초대된 삼성전자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중심으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 TSMC와 함께 아시아 대표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는 어떤 형태로든 대응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아무것도 확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11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의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12일 반도체와 공급망 복원에 대한 긴급 화상 회의인 ‘CEO 서밋’을 주재한다.

백악관이 ‘반도체 CEO 서밋’이라고 명명한 이날 회의에는 삼성전자 외에도 통신, IT, 완성차, 항공우주, 의료기기 등 다양한 업체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초청 기업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반도체 파운드리 1위 기업인 대만의 TSMC, 구글 모회사 알파벳, AT&T, 포드, GM, 미국 파운드리 기업인 글로벌 파운드리, HP, 인텔, 마이크론, 방산업체 노스럽 그러먼, 네덜란드 자동차 반도체 회사 NXP 등 19개 기업이다.

회의를 앞두고 삼성전자는 반도체(DS) 사업본부 김기남 부회장 등 주요 임원들이 주말까지 서밋과 관련한 대책 회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워싱턴=AP연합뉴스

서밋에는 현재 구속 중인 이재용 부회장을 대신해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의 참석이 유력하다.

이번 서밋은 미국이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타격을 줄이기 위해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체계를 강화하고, 자국 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방안을 찾기 위한 자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내 기업으로 유일하게 초청받은 삼성전자는 미국 정부로부터 만만치 않은 ‘청구서’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에 170억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해 추가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하고 오스틴을 유력 후보지로 검토 중이다.

 

한파로 오스틴 공장이 셧다운(가동 중단)되면서 3000억원가량의 매출 손실을 본 삼성전자는 현재 텍사스주와 새로운 인센티브 규모를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요구할 경우 만족스럽지 못한 조건으로 서둘러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할 수도 있다.

업계에서는 백악관이 반도체 기업에 차량용 반도체 생산 증대와 동시에 미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 확대를 강력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오스틴 공장에서 차량용 반도체를 거의 생산하지 않는 삼성전자가 미국의 요구에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늘려야 하는 부담을 떠안을 수도 있다. 바이든 정부가 미국 내 시설 투자를 유인하기 위해 이번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삼성에도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으로 인해 국내 기업의 주요 고객 중 하나인 중국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 각각 낸드플래시 공장과 반도체 후공정 공장을 운영 중이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요청도 쉽게 거절하기 힘들 것”이라며 “미·중 패권 다툼 속에서 우리 기업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혜정 기자 hjna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