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에서 지난달 ‘피의 일요일’에 이어 ‘피의 금요일’이 재현됐다. 시위대와 소수 민족 무장단체들도 군경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이는 등 반격에 나서면서 사태는 내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간) 미얀마 인권단체 정치범지원연합(AAPP)은 전날 최대 도시 양곤에서 약 100㎞ 떨어진 바고에서 시위대 최소 8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14일 양곤에서 100명 넘게 숨진 뒤 한 지역에서 하루 동안 발생한 사망자로는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군경은 지난 7일부터 바고의 시위대에 대한 공격을 감행했다.
이에 따라 총 사망자는 700명을 넘어섰다. AAPP에 따르면 지금까지 시위대와 행인 최소 701명이 목숨을 잃었다.
군경은 바고에서 로켓 추진 수류탄, 박격포 등 중무기를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사진엔 박격포 파편으로 보이는 물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목격자들은 현지 언론에 “군인들이 중무기를 사용했다”고 입을 모았다. 시위에 참여한 한 시민은 “제노사이드(집단학살) 같았다”면서 “그들은 모든 그림자에 총을 쐈다”고 참상을 전했다.
시위대 대부분은 시민 불복종 운동의 일환으로 비폭력 평화 시위를 지향하지만 정당방위 차원에서 사제 무기로 무장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깔라이 등 일부 시위대는 스스로를 ‘시민군’이라 부르며 사제 수렵총을 들고 있다.
지난 10일 깔라이 인근 따무의 주민들은 사제 수렵총으로 군 호송 차량을 공격해 군인 3명이 사망했다. 주민들은 고속도로 부근에 매복하고 있다가 공격에 나섰다.
이날 오전 아라칸군(AA)과 미얀마민족민주주의동맹군(MNDAA), 타앙민족해방군(TNLA)은 북부 라시오와 만달레이를 잇는 고속도로에 위치한 나웅 몬 경찰서를 습격해 서장 등 경찰 8명이 사망했다. 이들 세 소수 민족 무장단체들이 지난달 30일 공동 성명을 통해 최후통첩을 한 뒤 합동 공격에 나선 건 처음이다.
전날 미얀마 국영 MRTV는 군사법원이 19명에게 사형을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2월1일 군부 쿠데타 이후 사형 선고가 내려진 건 처음이다. 이들은 지난달 27일 계엄령하의 양곤에서 군 장교 한 명을 살해하고 다른 한 명을 다치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중 지명수배 중인 17명에 대한 선고는 피고인 없는 궐석재판으로 진행됐다. 상급법원 항소는 불가능하며 쿠데타 주역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만 사형 선고를 뒤집고 감형할 수 있다고 일본 닛케이 아시아는 전했다.
한편 시위대 사이에서 반중감정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산 드론이 시위 현장 상공을 날아다닌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영국 군사정보 컨설팅업체 제인스는 보고서를 내고 미얀마 공군이 중국 국영기업 중국항천과기집단(CASC)이 만든 드론으로 시위대 동향을 파악했다고 지적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