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 격화로 사실상 ‘내전’ 상태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되는 미얀마에서 아버지와 세 아들, 즉 4부자가 모두 군경에 살해당하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현지 매체는 “군경이 주택가에 총을 난사하면서 애꿎은 아이들이 목숨을 잃는 일까지 반복되고 있다”고 현재 미얀마 국민들이 처한 참담한 상황을 전했다.
13일 트위터와 미얀마 현지 매체, 그리고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미얀마 바고에 사는 한 뜨윈 칸이 지난 9일 군경의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9일은 바고에서 반(反)쿠데타 시위대 80여명이 무참히 살해된 날이다. 당시 미얀마 군경은 시위대를 향해 실탄 사격을 가한 것은 물론 박격포 등 중화기까지 사용해 무차별 공격을 했다. 심지어 “시신과 부상자들을 함께 산처럼 쌓아놓다시피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트위터를 보면 숨진 한 뜨윈 칸의 아버지 역시 군경에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한 끝에 전날(12일) 목숨을 잃었다는 글이 퍼졌다. 고문이 어찌나 참혹했는지 아버지는 두개골과 갈비뼈가 부러져 있었다고 한다. 그가 군부에 저항하는 의지를 뜻하는 세손가락 경례를 하는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것을 보면 아들과 마찬가지로 아버지 또한 반군부 시위에 참여한 듯하다.
비극적인 것은 9일 숨진 한 뜨윈 칸의 두 형제 역시 군경에 의해 살해당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결국 아버지와 세 아들, 4부자가 모두 군경에 목숨을 잃었다는 얘기가 된다.
이처럼 끔찍한 소식이 알려지며 미얀마 시민들은 울분을 터뜨리고 있다. “군부가 인륜을 저버리고 있다”며 “살육을 중단하라”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진다.
군경의 반쿠데타 시위 유혈진압으로 숨진 민간인이 710명에 달하면서 한 뜨윈 칸의 경우처럼 가족 구성원 중 여러 명이 목숨을 잃은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중년의 여성이 아들 시신을 끌어안고 비통해하는 사진이 SNS에 퍼져 보는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SNS에 함께 올라온 글을 보면 이 여성의 큰딸은 군경에 붙잡혀 감옥에 끌려갔고, 둘째 딸은 다쳐서 입원 중이며, 막내아들은 숨졌다고 한다.
특히 현지 매체는 “군경이 주택가에 총을 난사하면서 애꿎은 아이들이 목숨을 잃는 일까지 반복되고 있다”고 전했다. 전날 한 미얀마 청년은 반어적 표현으로 “70일 동안 단지 700명 죽었다. 천천히 해라, 유엔. 우리는 아직 (죽을 사람이) 수백만 명이 남아 있다”고 적은 손팻말을 들어 주목을 받았다. 미얀마는 지금 군부의 살인으로 시민들이 죽어가는데 유엔 등 국제사회의 대응은 너무나 지연되고 있다는 점을 비꼰 것이다. 유엔이 미얀마를 상대로 무력 조치를 취하려면 안전보장이사회가 나서야 한다. 하지만 거부권을 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가 개입에 반대할 가능성이 커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