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가계·기업 모두 통화량이 폭증했다.
한국은행이 13일 밝힌 ‘2021년 2월 중 통화 및 유동성’에 따르면, 2월중 ‘광의통화’는 민간 부문에 대한 신용공급 확대가 지속되면서 전월 대비 41조8000억원(1.3%) 증가했다. 2001년 12월 통계편제 이후 금액 기준 최대 규모다.
경제주체별로는 기업 31조5000억원, 가계 및 비영리단체 9조4000억원, 기타 금융기관이 6조6000억원 늘어나는 등 모든 경제주체가 증가했다.
전년동월대비 증가율도 10.7%로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3월 11.1%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상품별로는 요구불예금이 11조원 늘었고,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9조2000억원, MMF가 6조3000억원 증가했다.
요구불 예금과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증가는 가계 부문의 주택담보 대출 증가가 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MMF의 경우 회사채 등 직접자금조달 노력, 정책금융기관의 중소기업 및 개인사업자에 대한 금융자금 지원 등으로 인한 기업부문의 자금유입 증가에 기인했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이처럼 유동성이 풍부해지는 것은 저금리 기조 속에 투자 열기도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은 관계자는 “경제 규모가 커지면 유동성이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하다”면서도 “상승세가 가파른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한은이 당장 금리 조정에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찾아온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기는 어렵다는 게 한은 안팎의 관측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3월25일 금리를 동결하며, 저금리 기조가 지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한은은 오는 15일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를 열고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할 예정으로 금리 동결이 유력시된다.
금융위원회는 당초 가계 부채를 줄이기 위해 고강도 대출 규제를 시사했으나, 최근 주택 실수요자에 대한 대출 완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커진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선별적 대출 규제로, 풀 곳은 풀고 조일 곳은 조인다는 정책 기조지만, 저금리 상황에서 실제 가계 부채 증가율 완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