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20세 흑인 청년 단테 라이트가 여경 총에 맞아 숨진 사건은 해당 경찰관이 권총을 테이저건(전기충격기)으로 착각하는 바람에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미네소타주 브루클린센터경찰(BCPD)의 팀 개넌 서장은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사건이 벌어진 브루클린센터는 지난해 인종차별 반대시위를 촉발한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이 일어난 미니애폴리스에서 북서쪽으로 약 12㎞ 떨어진 인구 3만여명의 소도시. 인근 지역에서 또다시 발생한 흑인의 억울한 사망으로 인한 소요 사태를 의식한 듯 개넌 서장은 당시 출동 경찰관이 몸에 착용한 보디 카메라 동영상을 편집하지 않은 채 공개했다.
앞서 라이트는 11일 오후 2시쯤 브루클린센터 인근에서 차를 몰고 가다 단속에 걸려 차를 세웠는데, 경찰 지시에 불응하고 다시 차에 타는 과정에서 경찰이 쏜 총에 맞았다. 영상을 보면 경찰관 2명이 라이트에게 접근해 수갑을 채우려 시도했다. 이때 그의 차량에 접근하던 또다른 여성 경찰관이 ‘테이저’, ‘테이저’라고 수차례 외치며 경고하다가 “이런 젠장, 내가 그를 쐈어”라고 말했다. 테이저건 대신 권총을 발사한 사실을 그제야 깨달은 것으로 보인다. 개넌 서장은 이를 “라이트의 비극적 죽음으로 이어진 우발적 발포”라고 설명했다. 비무장 상태였던 라이트는 몇 블록을 더 운전해 달아나다 다른 차를 들이받고 현장에서 숨졌다.
전날 밤 수백명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이는 등 미네소타주에서는 분노 여론이 들끓었다. 시위대는 중무장한 경찰과 충돌했고, 상점 약탈 행위도 일어났다. 브루클린센터가 있는 헤너핀카운티 등에는 야간 통행금지 명령이 내려졌으며, 미네소타를 연고로 둔 메이저리그(MLB)·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미국프로농구(NBA) 구단은 각각 13일 홈 경기를 취소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벌어진 일은 정말로 비극적인 것”이라며 “평화로운 항의는 이해할 만하지만 약탈이나 폭력을 정당화하는 것은 없다”고 시위대에 진정을 촉구했다.
한편 이날 테네시주 녹스빌의 오스틴-이스트 특수공립학교에서는 총격 사건이 발생해 이 학교 남학생인 용의자가 사망하고 경찰관 1명이 다쳤다고 CBS방송이 전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