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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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후쿠시마 오염수, 우리 바다로 유입될 가능성은?

해류 따라 북태평양 크게 우회한 뒤 유입…전문가들 "4∼5년 걸릴 듯" / 가능성 작지만 연안해수 흐름 따른 단기간내 유입도 배제 못해
오염수 탱크가 설치된 후쿠시마 제1원전 전경. 교도=연합뉴스

13일 일본이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로 발생한 방사성 물질 오염수를 바다에 배출하기로 결정하면서 향후 한국 근해에 미칠 영향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국 정부는 같은 날 오전 관계부처 차관들이 참여한 긴급회의를 열고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 과정 전반에 대한 투명한 정보공개와 검증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이번 결정에 대한 우리 국민의 반대를 일본 정부에 분명하게 전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일본이 방사성 물질을 상당 부분 제거하고 배출한다는 의미에서 '처리수'라고 부르고는 있지만, 삼중수소처럼 현재의 기술로는 제거되지 않는 방사성 물질을 함유한 채 바다로 배출될 오염수가 해류를 타고 한국 근해에 유입될 가능성이 존재하고, 유입된 방사성 물질이 우리 해양환경을 파괴해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반응이다.

 

국내 여론도 일본의 오염수 배출 결정에 격양된 모습을 보인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후쿠시마 앞바다에 배출된 오염수는 한 달이면 우리 바다에 유입된다고 한다. 오염수 배출을 결사적으로 막아야 한다"라거나 "오염수를 정화해 배출한다고 하지만 인체에 유해한 방사성 물질이 다량 배출될 것"이라는 등의 반응이 나온다.

 

한국민들이 우려하며 지켜보는 사항 중 하나는 후쿠시마 앞바다에 배출될 오염수가 얼마나 빨리 해류를 타고 우리 바다에 유입될 수 있는지다.

 

이를 두고 한 달 또는 6개월 안에 우리 바다에 유입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한반도 주변과 태평양 해류를 감안할 때 최소 4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필리핀에서 대만과 일본으로 이어지는 쿠로시오 해류의 영향으로 오염수가 우리나라 쪽 방향이 아닌, 일본의 동쪽으로 흘러 북태평양 해류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전망은 국립해양조사원이 지난해 7월 발간한 '우리나라 주변 바다 해류모식도'에도 잘 설명돼 있다.

 

이에 따르면 후쿠시마 앞바다에 방류될 방사성 물질은 쿠로시오 해류를 따라 북태평양으로 흘러간 뒤 캘리포니아해류를 거쳐 북적도해류를 타고 다시 쿠로시오 해류와 합류한다.

 

필리핀해에서 쿠로시오 해류를 만난 방사성 물질은 대만해를 거쳐 일부는 다시 후쿠시마 앞바다로 흘러가고 일부는 대마난류를 통해 우리 바다에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립해양조사원 관계자는 13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배출된 방사성 물질은 쿠로시오 해류와 북적도해류를 통해 태평양을 크게 우회한 뒤 우리 바다에 유입될 것"이라며 "이 모든 과정이 한 4∼5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예측은 방사성 물질이 해류와 함께 이동할 것이라는 전제에 따른 것인데, 해류와 상관없는 연안에서의 해수 흐름에 따라 단기간 내에 방사성 물질이 우리 바다에 유입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예상도 나온다.

 

연안에서의 해수 흐름은 바다에서 육지로 부는 해풍과 해수의 온도 차에 의해서 예측 불가능하게 정해지는데, 만약 여러 악조건이 중첩되면 방사성 물질이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우리 동해나 남해로 직접 유입될 가능성이 작긴 하지만, 없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국립해양조사원 관계자는 "연안에서의 해수 흐름은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방사성 물질이 단기간에 우리 해안에 유입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다만 그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쿠로시오 해류 등은 바다 표층의 흐름에 불과하기 때문에 표층 아래의 해수를 통해 방사성 물질이 우리 바다에 유입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비교적 얕은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의 해양환경을 감안할 때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 당국자의 예상이다. 바다 표층은 통상 깊이 100m까지를 기준으로 삼는데, 우리 바다의 수심은 대부분 이보다 얕기 때문이다.

 

국립해양조사원 관계자는 "서해가 대략 40m 내외고 남해도 보통 100m 정도다. 동해로 유입되려면 한일해협을 지나야 하는데 여기도 대략 100m 정도"라며 "결국 심해층을 통해 방사성 물질이 우리 바다에 유입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가장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질문은 이처럼 해류를 타고 한국 근해로 유입될 후쿠시마 방사성 물질은 얼마나 위험할 것인지다.

 

이와 관련, 현재로서는 일본 정부가 바다에 배출할 방사성 물질의 종류와 양, 배출 기간 등에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섣불리 예측하기가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일본이 오염수를 정화하기 위해 설치한 다핵종제거설비(ALPS)가 방사성 물질 가운데 삼중수소(트리튬)는 제거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중성자 없이 양자와 전자로만 이뤄진 수소나 1개의 중성자를 가진 중수소와 달리 중성자가 2개인 삼중수소는 불안정한 구조로 인해 자연 상태에서 쉽게 붕괴된다. 이 붕괴과정에서 방사선을 방출하고 헬륨-3으로 변하는데, 양이 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가 평균 12.3년이어서 완전히 사라지려면 수십 년이 걸리는 물질로 알려진다.

 

특히 삼중수소는 수소, 중수소와 물리적 성질이 같아 물속에 섞여 있으면 물리·화학적으로 분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심각함을 더한다. 삼중수소의 방사선은 베타선으로 피부를 뚫지는 못해 외부 피폭은 없지만 물과 함께 체내에 흡수되면 내부 피폭을 일으킬 수 있다.

 

때문에 대양(大洋)으로 방출될 오염수에 담긴 삼중수소가 설사 당장은 일본 측 주장대로 후쿠시마 근해 밖의 해양 환경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치더라도 후쿠시마 원전 폐로까지 수십 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폐로까지 오염수 해양 배출이 지속된다고 가정할때 삼중수소가 앞으로 얼마나 오래, 얼마나 많이 바다로 유입될지 알 수 없다는 '불확실성' 자체가 우려의 요인인 것이다.

 

김은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삼중수소가 배출되면 바다를 오염시키고 인체에도 해롭다는 것은 지극히 상식"이라며 "다만 후쿠시마 오염수에 삼중수소가 얼마나 포함돼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그 위험성을 쉽게 예단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방재환경과 김윤우 과장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현재의 기술로는 후쿠시마 오염수에 있는 정도의 (삼중수소의) 농도와 양을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바다로 배출하려 하는 것"이라며 "방출되는 양과 농도가 어느 정도일지 알기 어려운 상태라 (위험성을)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