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투명한 정보 공개… 모든 예측이 ‘불가능’
일본 정부는 지난 13일 각료회의를 통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한다는 ‘처리수 처분 기본방침’을 확정했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발생한 다량의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오염수를 끝내 해양에 버리기로 결정한 것이다.
14일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등에 따르면 방류된 오염수가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은 어느 시기에, 얼마나 깊이, 얼마만큼의 양을 한 번에 방류할지 세부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해양과학기술원은 2019년부터 해양방사능 분석과 예측 고도화 연구를 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2017년부터 오염수 방류 시 미칠 영향을 연구해 1차 예측 모델은 완성했지만 일본 정부가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위험도를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
오염수 방류 시 시나리오를 예측한 해외 연구가 있기는 하다. 지난해 10월 독일 헬름홀츠 해양연구소는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출되면 200일 안에 제주도에, 280일 안에 동해 앞바다에 도달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또 후쿠시마대학교가 원전사고 이후 해류를 따라 방사성물질이 어떻게 이동했는지 연구한 결과 원전 사고 1년 만에 동해에서 세슘 농도가 높아지기 시작했고 3∼4년 뒤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 연구진은 이 같은 연구결과의 신뢰도가 높지 않다고 판단한다. 서경석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는 “독일 연구는 농도값이 굉장히 작아 감지할 수도 없고 의미 있는 값도 아니다”며 “우리나라 모든 바다 해수 시료를 떠서 분석하는데 아직까지 유의할 만한 방사성 물질 농도가 검출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정확한 정보공개가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해양과학기술원도 “원전사고로 방출된 주요 핵종의 해양 분포를 예측했을 뿐”이라며 “표층에 방류하면 바람에 따라, 심해에 방류하면 해류에 따라 이동하고 온도에 따라 확산 범위도 달라져 우리나라에 정확하게 적용될 모델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2051년까지 방류, 끝이 아닌 시작일 수도
강진과 쓰나미가 덮친 지 10년이 지났지만 후쿠시마 원전 내부에서는 현재도 끊임없이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모호한 입장을 취하다 지난해에야 “산에서 유입되는 지하수가 원자로 건물로 침투해 냉각수 및 용융 핵연료와 혼합되고 경화된다”며 “이로 인해 고준위 방사성 물질을 함유한 물이 매일 발생한다”고 인정했다. 이 ‘물’은 물론 오염수로, 지난해 8월 도쿄전력 보고에 따르면 일일 발생량이 적게는 4만1000ℓ, 비가 내리면 65만ℓ까지 만들어졌다.
더 큰 문제는 일본 정부가 30∼40년 만에 폐로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일반 원전조차 폐로에 걸리는 기간을 50∼80년으로 잡는다. 1986년 사고가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은 폐로까지 100년 이상이 더 필요하다고 우크라이나 정부는 판단한다. 게다가 후쿠시마 원전은 원자로가 3개여서 1개인 체르노빌보다 많고 핵연료도 더 많이 들어 있어 전체 규모가 체르노빌의 6∼10배에 달한다.
서균열 서울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후쿠시마 원전은 ‘약 10개의 체르노빌’”이라며 “30년 만에 폐로한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서 교수는 “핵연료까지 전량 녹아버린 후쿠시마 원전에는 다량의 세슘과 스트론튬이 핵연료 밖에 나와 있다”며 “이 물질 반감기를 따지면 폐로에 300∼400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오염수는 꾸준히 증가할 수밖에 없다.
◆‘처리수’라는 일본 정부의 거짓말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를 ‘처리수’라고 부른다.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를 통해 정화한 상태로 탱크에 저장해 오염물질을 처리했음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알프스는 다핵종 62가지만 처리할 수 있고 삼중수소, 스트론튬, 세슘, 플루토늄 등은 거르지 못한다. 일본 정부가 삼중수소는 바닷물을 섞어 희석시킨 채 방류하겠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원전을 가동하면 나오는 냉각수에 원래 삼중수소가 포함된다는 점을 들어 일본은 삼중수소 방류를 합리화하려 한다. 그러나 서 교수는 “일반 냉각수와 오염수는 비교 불가”라며 “삼중수소 외에는 거의 깨끗한 냉각수와 핵연료가 부서지고 터져서 200종에 달하는 방사성 원소가 득실득실한 오염수는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삼중수소는 일본이 제거기술을 갖추지 못했을 뿐, 이 물질을 거를 수 있는 장치는 존재한다. 서 교수는 정말 걱정해야 할 방사성 물질은 그 밖에 오염수에 포함돼 있을 스트론튬, 세슘, 플루토늄, 탄소-14, 요오드 등이라고 말한다. 일본 정부가 오염물질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 물질들은 정화 처리가 어렵다. 게다가 골격 장애, 생식 장애, 암 등 각종 질환을 유발해 치명적이다.
일본 정부는 현재까지 저장된 오염수가 125만t 이상으로 저장 가능용량의 90%를 상회해, 해양 방류가 불가피하다고 한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는 정치적 의지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서 교수는 “자국에서 해결할 문제를 값싸고 손쉽게 태평양에 버리는 파렴치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남은 2년간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일본의 오염수 방류 뒤 가장 우려되는 일은 원전사고 당시 일본 수산물 기피현상이 나타났듯이 우리나라 수산물까지 먹고 싶어하지 않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현재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수입하지 않는 국가들이 우리나라 수산물까지 수입 금지해 국내 경제에 타격이 갈까 걱정됩니다.”
13년간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에서 활동하면서 탈원전캠페인 팀장으로서 2019년부터 후쿠시마 캠페인을 이끌고 있는 장마리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최근 전화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린피스는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인근지역 방사능 오염에 주목해왔다. 특히 2019년부터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을 알리고 해양 방류가 얼마나 위험한지 경고했다. 장 캠페이너도 한국 정부가 국제법상 권한을 행사해 더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저지할 가장 효과적인 대책으로 꼽은 것은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다. 한국과 일본은 모두 국제해양법을 비준한 나라로 국제해양법의 권고안을 이행할 책임이 있다. 장 캠페이너는 “후쿠시마 오염수는 인접국인 한국뿐 아니라 동아시아 국가 바다에 충분히 피해를 줄 수 있어서 일본은 이 사안을 사전 통보할 의무가 있다”며 “공식적인 사전 협의와 동의 없이 방류를 결정한 이 자체가 국제해양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국제해양법에 따르면 환경영향평가 역시 일본 정부가 시행했어야 할 의무사항이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두 가지 규정 위반만으로도 우리 정부가 제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본격 제소에 앞서 긴급구제 격인 잠정 조치 청구도 가능하다. 정식 제소보다 절차가 간단하고 2∼3개월 안에 즉각적인 조치가 이뤄져 국제해양법재판소가 일본에 국제해양법 규정을 따르라고 권고할 수 있다. 앞서 영국과 아일랜드 간, 미국과 캐나다 간 폐기물 배출로 환경분쟁이 벌어졌을 때도 국제해양법재판소가 중재에 나섰다. 장 캠페이너는 “우리나라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을 금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됐을 때도 인도 등 50여개 주변국이 수입금지 조치를 택해줬다”며 “이번에도 손쉽게 국제협력을 도모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장 캠페이너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우리나라가 WTO에서 승소해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을 금지할 때 방출된 오염수가 300t가량이었다”며 “일본 정부가 이제 125만t을 방류하겠다는데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를 유지할 논리가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우리 정부도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내부회의에서 잠정 조치 청구를 포함한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