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지대 신당 창당 의사를 밝힌 무소속 금태섭 전 의원이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이번 주 내 회동한다. 향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정치적 행보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김 전 위원장이 야권 정계개편을 염두에 둔 정치 행보를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금 전 의원은 14일 통화에서 “김 전 위원장과 오는 16일 만나기로 했다”며 “가끔 통화하고 만나는 사이”라고 밝혔다.
금 전 의원은 신당 창당과 관련해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국민의당과 통합하는 방식은 제가 생각하는 야권개편과 달라서 새로운 세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방향을 말씀드린 것”이라며 “새로운 인물과 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가에선 김 전 위원장이 향후 야권 정계개편에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김 전 위원장과 가까운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김 전 위원장이 야권재편 때 역할을 할 것은 당연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특히 김 전 위원장이 윤 전 총장이 정치권에 진입하기 위한 판을 마련해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국민의힘을 떠난 김 전 위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국민의힘은 아사리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제3지대에 있는 금 전 의원과 회동을 추진했다. 중도·개혁적 가치에 무게를 실은 행보다. 이러한 움직임을 통해 국민의힘 내 중도·개혁 목소리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
야권주자 지지율 1위인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차기 지도부가 구성된 이후 정치권에 등판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윤 전 총장은 지난 13일 JTBC와 통화에서 “내가 어떻게 할지 정리가 돼야 (정치권 인사를) 만날 수 있지 않겠느냐. 특히 여야 모두 당내 개혁이나 구조 변화를 모색하는 상황 아니냐”고 말했다. 또 “내가 정치권 인사와 만나게 되면 밥만 먹고 헤어질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4·7 재보선 이후 여야 지도부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음을 밝힌 것이다.
국민의힘은 4·7 재보선에서 압승을 거두며 ‘제1야당 플랫폼’이 가진 경쟁력을 입증했다. 윤 전 총장이 함께할 명분도 커졌다. 하지만 국민의힘 차기 지도부가 강성 보수로 구성되거나 당내 권력다툼이 격화돼 내분에 휩싸이면, 윤 전 총장이 함께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윤 전 총장이 제3지대에서 야권재편을 도모할 가능성이 있다. 금 전 의원 등이 이미 그러한 공간을 마련하고 있는 셈이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들어가든, 제3지대에 있든 ‘킹메이커’로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28년 검사’ 외길을 걸어온 윤 전 총장에게는 경제, 외교, 교육 등 국정 전반에 대해 현실 정치 상황을 고려해 도움을 줄 멘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국민의힘에는 쇄신파를 중심으로 ‘김종인 재추대론’이 여전하다. 현재 유력 대선주자가 없는 국민의힘이 차기 지도부를 구성한 이후 자중지란에 빠질 경우, 김 전 위원장 재추대론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 전 위원장이 다시 국민의힘에 들어가 윤 전 총장이 들어올 명분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권의 관측이 분분한 가운데 윤 전 총장은 당분간 다양한 분야 원로와 전문가들을 만날 전망이다. 지난달 ‘101세 철학자’인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를 만난 데 이어 지난 11일에는 노동문제 전문가인 정승국 중앙승가대 교수를 만났다. 사실상 대권수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