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한 유명 TV 프로그램에서 남녀 진행자가 동양인을 비하하는 ‘눈 찢기’ 행위를 해 전 세계적으로 공분을 사고 있다.
문제의 장면은 지난 13일 밤(현지시간) 이탈리아 지상파 채널 ‘카날5(Canal5)’에서 방송된 시사 풍자 프로그램 ‘스트리샤 라 노티치아(Striscia latizia, 뉴스가 기어간다)’에서 나왔다.
진행자 게리 스코티와 미셸 훈지커는 이탈리아 현지 공영방송 라이(RAI)의 중국 베이징 지국을 소개하면서 각자 양쪽 눈을 찢으며 ‘RAI’를 ‘LAI’로 발음하며 낄낄거렸다. ‘R’ 발음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동양인을 흉내 낸 것으로, 전형적인 동양인 비하 행위였다.
해당 방송은 당시 460만명이 시청했다.
이 장면은 패션업계 내부 고발 인스타그램 계정인 ‘다이어트 프라다(Diet Prada)’ 등에 게재되며 빠르게 퍼졌다.
비난이 거세지자 여성 진행자 미셸 훈지커는 1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공식 사과했다. 스위스계 이탈리아인인 그는 배우 겸 모델로 활동 중이다. 특히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트루사르디(Trussardi)’의 토마소 트루사르디 회장의 부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훈지커는 “누군가의 마음에 상처를 줬다면 매우 미안하게 생각한다. 사람들이 자신의 권리에 민감한 시점임을 깨닫는다. 이를 미처 고려하지 못한 것은 불찰”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남성 진행자 게리 스코티는 사회주의자당 하원의원을 지냈으며, 훈지커와 함께 평소 성 소수자(LGBTQ) 권리와 여권 신장에 앞장서왔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