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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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엽의고전나들이] 교각살우(矯角殺牛) 유감

교각살우, 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인다는 뜻이다. 사소한 일로 큰일을 망친다니 딱한 일이지만, 성형수술을 받다 죽는 사람도 있고 보면 이런 일이 아주 없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러나 그만 해도 미모지상주의 시대에 예뻐지려는 노력이어서 얼마간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쇠뿔을 바로잡는 일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렇게 해서 소에게나 사람에게나 큰 이익이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제사를 지낼 때는 제물을 바쳤다. 특히 하늘에 지내는 제사처럼 규모가 있는 제사에서라면 소나 사슴 같은 뿔 달린 큰 동물을 희생으로 쓰곤 했다. 뿔은 몸의 가장 높은 머리끝에 나서 하늘을 향해 솟아있으니 그만한 상징성을 찾기도 쉽지 않다. 이럴 때 쓰는 소라면 뿔 모양이 좋아야 했고, 그런 소는 값이 더 나갔을 터이다. 이를 위해 무리하게 뿔을 교정하다가 소가 죽었다는 말이다.

그러나 본래의 의도를 떠나서 소의 입장에서 이만큼 무익한 일이 없다. 뿔이 멋지다고 여물이라도 더 먹여주는 것도 아니고 결국 누군가를 위한 제물에 그칠 뿐이지 않은가. 물론 세상을 위한 큰일에 나서는 희생이라면 영예로운 일일 수 있을 터 삐딱하게만 볼 일은 아니다. 문제는 실제로 그렇게 큰 뜻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고치겠다고 덤벼드는 데 있다. 마치 뿔만 바로잡게 되면 그간 만나지 못한 대운이 몰려올 듯이 너도나도 뿔을 잡고 흔들어댄다.

그러나 뿔을 바로잡겠다며 덤벼드는 사람에게 먼저 확인할 게 있다. 진짜 제사를 준비하는지부터 묻고, 뿔을 바로잡을 능력이 있는지 살피며, 헛된 죽음으로 그치지 않을 방책을 요구해야만 한다. 만약 그렇지 않은 채 덤벼드는 이라면 뿔은 고사하고 털끝 하나 건드리게 해서는 안 된다. 돌아보면, 어느 집단이나 주도권이 바뀌면 구악(舊惡)을 제거해야 한다며 요란을 떨지만 불과 수년을 못 가 스스로 악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악순환이 연출되어오곤 했다.

이쯤에서 따져 묻고 싶다. 눈엣가시 같은 게 못난 뿔인지 그 뿔이 달린 소인지, 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이게 된 건지 소를 죽일 작정으로 뿔에 손을 댄 건지. 그리고 당신은 남 걱정을 먼저 할 만큼 그렇게 반듯한지.

이강엽 대구교대 교수·고전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