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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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文·기업인 회의, 범국가적 생존전략 짜는 계기 되길

文 “반도체 강국 도약 강력 지원”
전기차·배터리 등도 맞춤형 대책
기업 활력 위한 특단 조치 시급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반도체·전기차·조선 등 전략산업 현황을 점검하고 대응전략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주요 부처 장관들과 삼성전자·현대차 등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대거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 세계가 맞이하고 있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 호황)을 계기 삼아 ‘종합 반도체 강국’ 도약을 강력히 지원하겠다”고 했다. 전기차와 이차전지, 해운·조선 등에 대해서도 종합지원과 맞춤형 대책을 약속했다. 하지만 또 한 번의 보여주기식 쇼에 그치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글로벌 신산업에는 격변의 회오리가 몰아치고 있다. 미국은 “국익이나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국가에 전략물자를 의존할 수 없다”며 첨단기술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안보와 경제를 아우르는 ‘반중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반도체 웨이퍼를 들어 보이며 “세계를 주도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반도체 시장이 국가·동맹 간 결전의 장으로 바뀌었음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일대 사건이다. 중국도 2025년까지 170조원 규모의 반도체 투자를 공언하면서 맞불을 놓는다.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업계는 샌드위치 신세다. 우리는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핵심 지식재산권을 대부분 보유한 미국에 협력할 수밖에 없다. 거대한 시장을 지닌 중국의 입김도 무시할 수 없다. 삼성전자 매출에서 중국 비중이 30%에 이른다.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강요당하는 처지다.

사정이 이런데도 문재인정부에 대해 ‘강 건너 불구경 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외려 ‘기업규제 3법’과 중대재해처벌법처럼 기업에 족쇄를 채우는 정책들을 쏟아냈으니 어이가 없다. 삼성전자는 총수가 수감생활을 하는 판이다. 회의에서 반도체 업계는 반도체지원특별법과 세액공제 확대, 전력·용수 공급 지원 등을 요청했고, 자동차 업계는 품귀현상을 빚는 차량용 반도체의 안정적 공급 방안 마련을 호소했다고 한다. 차량용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고 전기차 관련 산업생태계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책 기조의 대전환이 절실하다. 정부는 기업과 긴밀히 소통해 범국가적 차원의 생존전략을 짜야 할 것이다. 최소한 글로벌 전쟁터에서 우리 기업들이 대등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와 세제·금융 지원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 간판 기업이 무너지면 우리 경제는 살길이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