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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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없어지면 책임질 거냐”… 쏟아진 문자 폭탄에 ‘문 앞 배송’ 재개

택배 노동자들에게 많은 항의 전화·문자 쏟아져
건강·안전 위해 단지 앞 배송 일시 중단 결정
16일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한 택배노동자가 택배 배송 물품들을 손수레에 실어 개별 배송을 하고 있다. 뉴스1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아파트 주민들의 강력한 항의에 택배노동자들이 결국 ‘단지 앞 배송’을 중단하고 ‘문앞 배송’을 재개할 전망이다. 이들은 ‘단지 앞 배송’을 실시한 지 이틀 만에 해당 아파트 입주민들로부터 “택배가 분실되면 책임질 것인가”라는 등 항의 문자 등을 받았다.

 

16일 오후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은 해당 아파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지 앞 배송 실시 후 해당 택배노동자에게 악의적인 문자와 전화가 쏟아졌다”며 “택배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단지 앞 배송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택배노조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14일 한 입주민은 “앞으로 상일동역으로 배송이 된다면 오배송으로 수취거부 및 신고할 것이며 사태가 해결할 때까지 OO택배는 이용하지 않겠다”며 “본사에도 같은 내용으로 지속적으로 민원을 넣겠다”고 말했다. 다른 입주민은 “(택배)빨리 가져다 달라, 어제 분들은 거의 다 받은 것 같은데 제건 왜 안 주나? 부피가 커서 (언론에) 이용하시는 건가”라고 말하자 택배노동자는 “동호수 알려달라”고 답했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택배노동자들에게 수많은 항의 전화와 문자들이 쏟아지고 있다”며 “이로 인해 참여한 택배노동자 중에는 일을 그만둘 생각까지 할 정도로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하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진 위원장은 “오늘부터 아파트 앞에서 무기한 농성과 촛불집회를 진행할 것이고, 택배사 측에도 해당 아파트를 배송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등 구체적 대책 마련에 나서 달라고 요구한다”고 말했다.

16일 택배 노동자들이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아파트의 일부 입주민들로부터 받은 항의 문자 메시지.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 제공

아울러 그는 “빠른 시일 내에 CJ대한통운, 한진 택배노동자들과의 협의를 통해 더 광범위한 개별배송 중단을 만들어갈 예정”이라며 “아파트 갑질 문제 해결을 위한 행동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진 위원장은 저상택배차량에 대해 “저상택배차량은 그 비용을 택배노동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를 이용한 택배노동이 심각한 근골격계 질환을 유발시키는 원인”이라며 “노동부가 선제적으로 이를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일반택배차량의 화물실 높이는 180cm이며 저상택배차량의 경우는 127cm가량으로 일반택배차량에서는 택배노동자들이 허리를 펴고 작업을 할 수 있으나 저상택배차량의 경우 허리를 깊이 숙인 채 혹은 기어 다니면서 작업을 해야 해 각종 질환을 유발한다는 것이 진 위원장의 설명이다.

16일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아파트 단지 앞에서 택배노조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총 5000세대로 알려진 이 아파트는 사고 위험과 보도블록 훼손 등을 이유로 택배를 배송할 경우 택배차량을 저상택배차량으로 개조해 지하주차장을 이용하거나 손수레를 이용해 배송하도록 요구했다. 해당 아파트는 ‘차 없는 아파트’로 설계됐고 택배 차량이 지상으로 들어올 경우 사고 위험과 보도블록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 입주자대표회의의 주장이었다.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1년 전부터 택배차량의 지상 진입 금지를 알리며 충분한 계도 기간을 거쳤다”고 강조했다.

 

이에 노조는 지난 14일 ‘문앞 배송’을 중단하고 단지 앞까지만 배송하겠다고 밝혔으나 입주민들의 항의에 결국 ‘문앞 배송‘을 해주겠다고 밝혔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