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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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차 진입 막은 고덕동 아파트 일부 주민, 기사에 “갑질 죄송”

일부 주민, 음료 갖다 주며 “죄송하다” 사과 / 반면 농성장 찾아 소리지르는 주민도 있어
고덕동 아파트 주민들이 택배기사들에게 보낸 문자. 뉴시스

 

배달차량 지상 진입을 전면 금지한 서울 강동구 고덕동 아파트의 일부 주민들이 택배기사들에게 지지를 보내고 있다.

 

해당 아파트는 지난 14일 택배기사들이 세대별 배송을 중단한 뒤 일부 아파트 입주민들이 전화와 문자로 택배기사들에게 항의해 논란이 됐다.

 

일부 입주민들로부터 항의 전화와 문자메시지가 쏟아지자 택배기사들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한 주민은 농성장을 찾아 “왜 갑질이냐”고 소리 지르며 항의 하기도 했지만 택배기사들을 격려하는 입주민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황한규 택배노조 우체국 본부 수석 부본부장은 17일 “어제 농성할 때 주민들이 음료들을 갖다줬다"며 "지금 (노조) 차에도 음료 한 박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건을 찾으러 오면서 원만한 해결을 바란다며 주는 것”이라며 “우리가 죄송해야 하는데 오히려 입주민분들이 죄송하다고 말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일부 입주민들은 택배기사들에게 응원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한 입주민은 “항상 수고해주셔서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빠른 시일 내에 합의점 찾아 원활한 업무가 진행되길 바란다”며 “그동안 배송해주신 모든 수고에 감사드린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또 다른 입주민은 “아파트가 부끄럽다. 바쁜 시간 업무에 방해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밖에 “지상으로 택배차가 다닐 수 있으면 좋겠다”, “아파트(가) 갑질이다. 관리실에 항의했다”, “택배노조를 지지한다” 등 택배노조 측에 힘을 실어주는 문자들도 줄을 이었다.

 

택배노조는 지난 16일부터 아파트 앞 지하철 5호선 상일동역 1번 출구 앞에 농성장을 설치하고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평일 저녁에는 촛불집회를 연다.

 

택배노조 측은 18일 긴급 중앙집행위원회와 25일 대의원대회를 열고 투쟁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해당 아파트 택배 배송 자체를 거부하는 총파업 방안 등도 거론될 전망이다.

 

노동부를 향해서도 택배노동자들의 산업 안전 실태조사를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문앞 배송' 재개 기자회견. 연합뉴스

한편 총 5000세대 규모로 알려진 이 아파트는 주민 안전 등을 이유로 지난 1일부터 택배차량의 단지 내 지상도로 진입을 막았다.

 

하지만 해당 아파트 지하 주차장 입구 높이가 2.3m라 진입하지 못하는 택배차량이 있어 논란이 불거졌다. 일반 택배차량의 높이는 2.5~2.7m다.

 

이 때문에 택배기사들은 단지 안에서는 손수레를 이용해 배송하거나, 사비로 저탑차량으로 바꿔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다.

 

택배노조는 이같은 행동을 ‘갑질’로 규정하고 대응에 나서고 있다. 아파트가 일방적으로 진행한 조치와 요구사항이며 결정 과정에서 택배기사들의 의견은 배제됐다는 주장이다.

 

반면 아파트 측에서는 1년 전부터 택배차량의 지상 진입 금지를 알리며 충분한 계도 기간을 제공했다는 입장이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