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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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이제는 진정한 챔피언… 우리카드 꺾고 창단 첫 통합우승 달성

대한항공 선수들이 17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우리카드에게 승리해 창단 첫 통합우승을 달성한 뒤 우승컵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인천=뉴스1

대한항공은 2010년대 후반~2020년대 초반 프로배구V리그 남자부의 대표적 강호이지만, 여전히 ‘최강자’라는 이미지는 얻지 못했다. 2010~2011시즌과 2016~2017시즌, 2018~2019시즌까지 세 번이나 정규리그 우승을 거뒀지만 모두 챔피언결정전에서 예상하지 못한 부진 속에 덜미를 잡힌 영향이 컸다. 2017~2018시즌 현대캐피탈을 잡아내고 창단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지만 이때는 정규리그 3위로 만든 ‘업셋’이었다. 진정한 최강자로 인정받기 위해서 통합우승이 절실했다. 2020~2021시즌은 이를 위한 기회였다. 정규리그에서 역대급 난전 중 시즌 막바지 선두로 튀어나갔고, 끝내 1위로 마감했다. 

 

그러나 챔피언결정전은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우리카드에게 3차전까지 1승2패로 밀린 것. 특히 3차전은 무기력한 경기로 무너지는 모습까지 보여줬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4차전을 잡아내며 기사회생하기는 했다. 다만, 이는 상대 주포인 알렉스(30)가 경기 직전 복통 증세로 빠진 영향이 결정적이었다. 5차전까지 잡아내고 진정한 강자의 자리로 올라가려면 상대의 악재가 아닌 스스로의 강함으로 이겨 내야만 했다.

 

이를 대한항공이 해냈다. 17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5전3승제) 최종 5차전에서 세트스코어 3-1(24-26 28-26 27-25 25-17)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시리즈 전적 3승2패로 챔피언결정전을 잡아내는 데에 성공했다. 구단 창단 후 첫 통합우승도 해냈다. V리그 남자부에서 통합 우승팀이 나오기는 2013~2014시즌 삼성화재 이래 7년 만이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시리즈에서 팀의 중심을 잡아준 에이스 정지석(26)이 챔피언결정전 MVP의 영광을 차지했다.

 

대한항공의 정지석(왼쪽)이 17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우리카드를 상대로 강타를 때리고 있다. 인천=뉴스1

이날 경기 초반만 해도 대한항공은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단 한번도 3점차 이상 나지 않은 채 점수를 주고 받으며 첫세트에서 초반 기세 싸움을 이어갔지만, 이 기세싸움을 이겨내지 못했다. 19-18에서 상대 주포 알렉스에게 공격 득점과 2개의 서브에이스로 주도권을 내줬고, 끝내 듀스 승부 끝에 첫 세트를 내줬다. 이번 챔프 결정전에서 세번 나온 듀스에서 세번째 패한 결과였다.

 

최종 5차전에서 첫 세트를 내주며 위기에 몰린 대한항공은 2세트 들어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올 시즌 팀을 정규시즌 우승으로 이끈 탄탄한 선수층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 로베르토 산틸리 대한항공 감독은  2세트부터 팀의 공수 리듬이 흔들릴 때마다 적극적인 선수교체에 나섰고, 큰 경기에서는 쉽지 않은 이런 결단이 오히려 효과를 만들었다. 2세트 초반 이날 선발에서 빠졌던 곽승석을 투입해 수비를 강화했고, 이는 우리카드의 공격난조로 이어졌다.

 

이를 통해 대한항공은 1세트 듀스 접전 패배를 빠르게 털어내고 2세트 초반 기세를 잡을수 있었다. 2세트 중반 이후 우리카드가 알렉스의 서브 등을 앞세워 추격을 해오자 이번에는 이날 선발 멤버로 출전했다 2세트 초반 빠졌던 임동혁을 요스바니 대신 투입했다. 세트 후반 접전에서 외국인 선수 없이 국내 선수로만 짜인 파격적 라인업을 선택한 것. 그러나 이 과감한 결정이 오히려 힘을 발휘해 다시 흐름을 잡았고, 여기에 외국인 공격수 요스바니의 투지에도 불을 지폈다. 또 한번 듀스로 이어진 2세트에서 26-26을 만드는 결정적 득점을 요스바니가 잡아냈다. 여기에 정지석의 서브로 상대 리시브를 무너뜨려 우리카드의 연속 범실을 유도한 끝에 이번 시리즈에서 첫 번째 듀스 승부를 잡아내는 데에 성공했다.

 

대한항공은 3세트에서도 적극적 선수교체로 또 한번 위기를 벗어났다. 3세트 초반 팀의 공격이 흔들리며 우리카드가 앞서나가자 이번엔 팀의 기둥인 주전세터 한선수를 빼고 유광우를 투입해 분위기를 바꿨다. 결국, 3세트 중반 이후 다시 접전을 만들었다. 산틸리 감독은 이 세트에서도 요스바니와 임동혁을 경기 흐름과 상대 로테이션에 맞춰 적극적으로 교체하기도 했다. 자칫 흐름을 무너뜨릴 수도 있는 선택이었지만 오히려 상대를 흔들며 3세트 역시 듀스 접전 끝에 대한항공이 따냈다.

 

이 두 번의 듀스 승리가 대한항공에게 자신감을 가져왔다. 시리즈 내내 정규시즌의 탄탄한 모습을 찾지 못했지만 4세트는 본래 모습을 되찾았다. 세트 초반 우리카드를 밀어붙여 7-3까지 점수차를 벌인 뒤 격차를 끝까지 유지했다. 22-16에서 나온 요스바니의 두 번의 에이스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챔피언을 눈앞에 둔 대한항공에게 축포와도 같았다. 결국, 24-17에서 알렉스의 서브가 아웃되며 대한항공의 창단 이후 통합우승이 확정됐다.

 

이날 대한항공은 요스바니가 27득점으로 가장 많은 득점을 터뜨렸고, 정지석이 중요한 순간마다 20득점으로 팀에 힘을 불어넣었다. 우리카드는 알렉스가 26득점으로 분전했다. 알렉스는 복통 증세를 극복하고 이날 백어택 7개와 블로킹과 서브 에이스 3개씩을 올려 트리플크라운(후위 공격·서브·블로킹 각 3개 이상)까지 달성했지만, 패배로 아쉬움을 삼킬 수밖에 없게 됐다.

 

인천=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