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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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입양 한국계 쌍둥이, 36년 만에 극적 상봉

존재조차 모르다 DNA 검사로 확인
문자메시지·사진 주고받다 재회
“앞으로 펼쳐질 시간에 너무 감사”
36년 만에 상봉한 한국계 쌍둥이 몰리 시너트(오른쪽)와 에밀리 부슈널. ABC방송 캡처

36년 전 미국의 서로 다른 가정으로 입양됐던 한국계 일란성 쌍둥이 자매가 그동안 서로의 존재 사실도 모르다가 유전자 검사를 통해 극적으로 상봉했다.

 

17일(현지시간) 미 ABC방송 아침 프로그램 ‘굿모닝 아메리카’에 따르면 한국 출신 플로리다 거주 여성 몰리 시너트는 얼마 전 DNA 검사를 받았다가 의문이 해소되기는커녕 더 커졌다. 자신과 DNA 검사 결과가 49.96% 일치하는 소녀가 필라델피아에서 발견됐는데, 딸로 추정된다는 설명을 들었기 때문이다. 출산한 적이 없는 시너트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얘기였다.

 

알고 보니 해당 소녀 이사벨(11)은 한 핏줄이 맞았다. 자신의 생면부지 쌍둥이 에밀리 부슈널의 딸, 그러니까 조카였던 것이다.

 

앞서 이사벨은 어머니에게 “혹시 모르는 가족이 더 있을지 모르니 DNA 검사를 받아보라”고 권했고, 어머니가 썩 내키지 않아 하자 대신 검사를 받았다고 한다. 검사 시기가 운명처럼 겹치면서, 세 사람의 관계가 드러났다. 부슈널은 “내겐 나를 사랑해주는 가족이 있지만 늘 무언가 단절된 느낌이 있었다”며 “(시너트의 존재를 알고 나서) 내 마음속 구멍이 갑자기 메워진 것 같았다”고 당시 감격을 떠올렸다.

 

두 사람은 즉시 문자 메시지와 사진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외모에서부터 옷차림, 헤어스타일, 포즈까지 많은 것이 똑같아 또 한 번 놀란 둘은 36번째 생일에 처음 대면 상봉했다. 부슈널은 “함께할 수 있었던 36년을 도둑맞았지만 앞으로 펼쳐질 시간을 생각하면 너무 감사하고 흥분된다”고 했다.

 

ABC는 “자매가 왜 서로 떨어져 살게 됐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며 “둘이 조만간 함께 한국을 찾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