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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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권’ 삭제 후에도 부모 60% “체벌 필요”

민법 개정 100일… ‘훈육’ 인식 여전
아동 80% “법으로 체벌금지 몰랐다”

친권자의 자녀 체벌을 정당화해주던 민법 제915조 ‘징계권’ 조항이 63년 만에 삭제된 지 100일이 지났지만 아동 10명 중 8명은 이 같은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훈육을 위한 체벌 필요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모 중 절반 이상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이달 1∼8일 학령기 자녀가 있는 300가구의 부모와 자녀 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 같은 내용의 인식조사 결과를 19일 발표했다. 앞서 국회는 지난 1월8일 민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친권자는 그 자(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는 조항을 삭제했다.

조사 결과 자녀의 80%는 징계권 조항 삭제로 부모가 자식을 체벌하는 것이 금지됐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법상 징계권의 개념을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도 부모와 자녀 모두 80% 이상이 ‘모른다’고 답했다.

징계권 삭제가 체벌금지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질문엔 부모와 자녀가 의견차를 보였다. 부모의 67.3%가 체벌금지 시행 후 훈육 방식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답한 반면 집이나 학교에서 체벌이 사라질 것이라고 답한 자녀는 30.3%에 불과했다.

훈육을 위한 체벌 필요성에 대해서는 부모와 자녀 간 의견이 엇갈렸다. 부모 60.7%는 ‘징계권 삭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체벌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지만, 자녀들은 39.3%만 동의했다. 또 부모의 과반(50.3%)은 ‘훈육을 위해 체벌을 사용하는 것에 동의한다’고 응답했으나 자녀는 32.7%만이 이처럼 답했다. 체벌 효과성을 100점 만점 점수로 매기는 문항에선 부모가 40.92점을, 자녀는 33.42점을 부여했다.

이제훈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회장은 “63년 만에 징계권 조항 삭제를 이뤄냈지만 아직도 대중의 인식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며 “아동은 어떠한 환경에서도 보호받아야 할 권리 주체임을 사회에 알리고 아이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지원 기자 g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