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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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년간 빗자루로… 명맥 잇고 예술 엮다 [밀착취재]

국내 유일 전통 빗자루 기능전수자 이동균 할아버지

“68년 동안 엮어왔어. 이 빗자루에 한평생을 다 바쳤지 뭐야.” 이동균(80) 기능전수자가 충북 제천시의 열 평 남짓한 광덕빗자루공예사에서 ‘추억의 소품’이 되어버린 전통 빗자루를 만들고 있다.

전통 빗자루는 산과 들에서 나는 갈대와 수수를 채취해 소금물에 삶고 그늘에 말리기를 여러 번 되풀이한다. 이물질과 꽃대를 털어 손으로 밀고 다듬은 뒤 빗자루의 끝을 가지런하게 맞춰 완성한다. 이렇게 만든 빗자루는 정전기가 생기지 않고 쉽게 부서지지 않는다. 일일이 수작업으로 해야 하기에 고되기도 하다. 전통 빗자루는 크기에 따라 하나로 엮어낼 수도 있고, 어른 손가락 굵기로 여러 묶음을 만든 후에 합쳐서 엮기도 한다. 비단실로 문양을 만들어 넣기도 하고 매듭으로 장식하기도 한다. 장식이 많이 들어간 빗자루는 고운 자태의 예술작품으로서 손색이 없다.

충북 제천시 광덕빗자루공예사에 전통 빗자루가 전시되어 있다.
이동균 기능전수자가 직접 만들고 이름도 지은 쓸고 털고 하는 ‘쓸털이’가 전시되어 있다.
작업장 한편에 전통 빗자루에 들어가는 매듭 끈과 화려한 장식에 들어가는 실이 상자에 담겨 있다.

이 전수자는 2006년 한국산업인력공단으로부터 전통 빗자루 기능전수자로 인정받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손 맵시가 좋았던 할아버지가 빗자루, 왕골자리, 노끈 등을 만드는 것을 보고 옆에서 하나둘 따라 하며 배운 솜씨가 동네 어른들한테까지 인정받아 이곳저곳을 불려 다니며 소품을 만들어 줄 정도가 됐다고 한다.

충북 제천시 광덕빗자루공예사에서 이동균(80) 기능전수자가 수수비를 만들고 있다. 이 전수자는 68년 동안 전통 빗자루를 만들어 왔다.
광덕빗자루공예사에 2006년에 받은 숙련 기술 전수자 패가 걸려 있다.

19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빗자루 소비가 많아 직원들을 데리고 10여년간 빗자루 공장을 운영해 호황을 누리기도 했다. 지금은 진공청소기와 플라스틱 빗자루, 중국산 수입제품이 들어오면서 직원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전통 빗자루는 설 자리를 잃게 됐다.

이 전수자의 손은 일일이 수작업으로 작업하는 빗자루의 특성상 거칠고 투박하다.
이 전수자가 오래된 낫으로 전통 빗자루를 다듬고 있다.
광덕빗자루공예사에 전시된 전통 빗자루에 기능 전승자 스티커가 붙어 있다.

“마당부터 안방 부엌까지 구석구석 쓰이지 않는 곳이 없었던 전통 빗자루는 우리 삶에 필수품이었어요. 최근엔 제자가 생활고로 그만둬 현재는 명맥이 끊기게 될까 봐 두렵습니다. 일본 사람들이 소문을 듣고 전수해달라고 찾아오지만, 기술 유출 등의 이유로 전수해주지는 않고 있습니다. 일본 사람도 배우고 싶어 하는 기술을 아무도 관심이 없다는 게 섭섭합니다. 옛것이 자꾸 잊히는 게 안타깝기도 하고요.”

우리나라에서 단 한 명 남은 전통 빗자루의 명맥을 잇는 이 전수자의 손은 많이 거칠고 투박하다. 하지만 그의 손에서 만들어지는 빗자루는 매우 단단한 매듭이 매여 있을 뿐 아니라, 하나하나 수놓은 손잡이는 빗자루가 아닌 예술작품에 가깝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빗자루가 쏟아져 나오는 요즘, 정성껏 만든 전통 빗자루는 쉽게 망가지지 않아 한번 써본 사람들은 또다시 찾는다.

“돈은 별로 안 되지만 잊혀져가는 전통 빗자루를 만든다는 자부심 하나로 살아갑니다. 하루하루 빗자루를 만들어 팔아 겨우 생활이 될까 말까 하니까요. 잠자는 시간 외에는 빗자루에만 관심이 있어요. 그래서 사람들은 저보고 빗자루에 미쳤다고 그래요. 빗자루에 아주 미친 사람이라고.”

 

글·사진=이재문 기자 m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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