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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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도 군대 가라” 靑청원 화제… 4년 전 文은 “재밌는 이슈”

4·7 재보선서 ‘이남자’의 분노 표심 계기로 주목
기사와 관계 없는 여군 장교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여성도 징병 대상에 포함시켜 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온 지 사흘 만에 5만명 이상의 사전 동의를 얻는 등 주목받고 있다. 4·7 재보궐선거에서 나타난 ‘이남자’(20대 남성)의 분노 표심에 정치권이 앞다퉈 구애를 보내고 있는 가운데 이번 청원이 여론 형성뿐만 아니라 실제 정책 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4년 전 비슷한 청원에 내놓았던 반응도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2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와 있는 ‘여성도 징병대상에 포함시켜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글에는 오전 6시 기준 9만명 이상이 사전 동의에 참여했다. 청원 참여인 20만명을 넘기면 청와대의 공식 답변을 끌어낼 수 있다. 지난 16일 이 글을 올린 청원인은 “나날이 줄어드는 출산율과 함께 우리 군은 병력 보충에 큰 차질을 겪고 있고, 남성의 징집률 또한 9할(90%)에 육박하고 있다”며 “군 복무에 적절치 못한 인원들마저 억지로 징병 대상이 돼버리기 때문에 국군의 전체적인 질적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대책으로 여성 또한 징집 대상에 포함해 더욱 효율적인 병 구성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청원인은 “이미 장교나 부사관으로 여군을 모집하는 시점에서 여성의 신체가 군 복무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는 핑계로밖에 들리지 않는다”며 “병역 의무를 남성에게만 지게 하는 것은 매우 후진적이고 여성비하적인 발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청원인은 “여자는 보호해야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나라를 지킬 수 있는 듬직한 전우가 될 수 있다”며 “정부는 여성 징병제 도입을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여성 징병을 주장하는 청와대 청원. 국민청원 게시판 캡쳐

여성 징병제 관련 청원은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당장 국민청원 게시판만 봐도 관련 청원 수십 개가 눈에 띈다. 2017년에는 한 청원이 12만명의 동의를 얻어 문 대통령이 언급한 적도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해당 청원을 두고 “국방 의무를 남녀가 함께 해야 한다는 청원도 만만치 않더라. 다 재미있는 이슈 같다”고 말했다 남성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후에도 관련 청원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청원은 4·7 재보선 이후 20대 남성들에 대한 정치권의 러브콜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방송3사의 서울시장 보선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20대 남성 유권자 72.5%가 국민의힘 오세훈 당시 후보를 뽑아 50대와 60대 이상 남성보다 더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30대 남성도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32.6%)의 두 배에 가량인 63.8%가 오 후보를 뽑았다고 답했다. 선거에선 오 후보가 압승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 뉴시스

그러자 정치권, 특히 여당에서 이대남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각종 제안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차기 대선 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이날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출간된 저서 ‘박용진의 정치혁명’에서 “현행 병역제도를 모병제로 전환해 지원 자원을 중심으로 군대를 유지하되 온 국민이 남녀불문 40∼100일 정도의 기초군사훈련을 의무적으로 받는 혼합병역제도인 ‘남녀평등복무제’를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남국 의원은 전국 지방자치단체 직원 채용 때 군 경력을 인정해 주자고 했고, 전용기 의원은 공기업이나 공공기관 승진 평가 때 병역 의무 경력을 반영하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여성 징병제가 실현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군의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여성에게도 병역 의무를 부과하면 병역 의무 대상과 복무기간, 민방위 편입 등 병역법과 민방위기본법에서 많은 개정 소요가 따를 것”이라면서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하고,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여성들 사이에서도 징병에 찬성한다는 입장과 시기상조라는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