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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 찾아가는 美, 불만 커가는 日, ‘방역 성공’ 취한 中 [뉴스+]

美, 1차 접종 끝나자 곧바로 2차 예약… 국민들 조금씩 여유 찾아
확진·사망 1위 오명 벗고 극복 자신
“백신 충분… 당신·가족·이웃 지켜야”
50개 州 전역서 접종 제한 사라져
하루 주사 350만회 이상으로 증가
방역수칙 경시 등 부작용도 잇따라

日, 100명당 1.53회… OECD 최하위
스가, 추가 조달 물량 밝히지 않아
“계획보다 접종 지연 불가피” 지적

中, 국제행사 잇단 개최 ‘통제 효과’ 과시
자체 백신 효능 우려에 접종 더디자
쇼핑 쿠폰·음료수 제공 등 ‘유인작전’
미국 세임데이헬스 의료진이 19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맥클린 인근 대형 공터에 마련된 ‘드라이브스루 백신 접종소’에서 차량 탑승자에게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맥클린=정재영 특파원

“삐∼삐∼삐∼.”

 

19일 오전 10시(현지시간) 휴대전화는 물론 대형 건물들에 알람이 동시에 울려 퍼졌다. 미국에서 종종 있는 ‘아동 유괴 경보’가 아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대상을 16세 이상 성인 전체로 확대한다는 페어팩스카운티발 알람이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 영상에서 “좋은 소식이 있다. 오늘부터 모두가 백신을 맞을 자격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충분히 보유했다. 당신과 이웃, 가족을 지켜야 한다. 그러니 가서 백신을 맞아 달라”고 당부했다.

 

미국은 이미 성인의 절반이 1회 이상 백신을 맞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접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치령 푸에르토리코와 수도 워싱턴은 물론 50개주 전체에서 백신 접종 제한이 사라졌다.

 

이날 정오 버지니아주 맥클린 인근 대형 공터에 마련된 ‘드라이브스루 백신 접종소’에서 만난 현장책임자 조슈아는 “오늘부터 성인이면 누구든 접종 약속을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백신 접종대상이 확대돼 더 붐빈 것이냐’는 물음에 “꼭 그렇지도 않다”며 “카운티에서 얼마나 많은 백신을 할당하느냐에 따라 다를 뿐”이라고 했다. 연방정부가 준 백신을 주정부가 각 카운티로 보내고 인구 분포 등에 따라 접종소별 할당량이 달라지는데, 이미 어른 절반이 맞아서 큰 혼잡은 없다는 것이다.

19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맥클린 인근 대형 공터에 마련된 ‘드라이브스루 백신 접종소’에서 백신 접종이 진행되고 있다. 맥클린=정재영 특파원

얼마 전 1차 접종을 위해 찾았을 때보다 접종 후 대기 차량은 두세 배 많아 보였다. 조슈아는 “오늘은 지난주보다 많은 800회분을 받았다”며 정부에서 최근 몇 주 새 배포량을 늘렸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하루 접종량은 350만회 이상으로 늘었다.

 

드라이브스루 접종은 간단하다. 현장에 도착하면 운영요원에게 차창 너머로 약속시간과 신원을 확인받은 뒤 접종 지역으로 이동, 차 안에서 소매를 걷고 백신을 맞는다. 백신 접종자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어느 쪽 팔에 맞을지뿐이다. 접종 뒤에는 1차 접종 날짜가 찍힌 흰색 카드와 2차 접종 약속을 받는다. 이후 15분간 이상징후 여부를 확인하며 차량에서 대기하다 이상이 없으면 떠나면 된다. 대기시간을 포함해 20분 남짓이면 충분하다.

 

최근 1차 접종 때 카운티 예약이 현장에선 확인이 안 돼 난감했는데, 운영요원은 “상관없어(노 프라블럼)”라고 외치더니 바코드를 들이밀어 바로 등록하고 접종장소로 안내했다. 접종 후 대기시간엔 직원이 “딸기, 초코, 바닐라?”라고 해 귀를 의심했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건넨 직원은 “오늘 고생 많았다”면서 엄지를 세웠다.

 

주변에선 1차접종 후 자동으로 이뤄지는 2차접종 예약이 누락된 사례도 있다. 하지만 어떤 오류든 현장에 가면 백신을 맞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슈아는 귀띔했다.

 

백신을 맞은 자리는 이틀 동안 뻐근했다. 주변에 물어보니 쉽게 피곤해지고 두통이 있었다는데, 백신 탓인지 아닌지 불분명한 피곤함은 경험했다. 나중에 2차 접종을 하면 두통 등이 1차 때보다 실제로 더 심한지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화이자 백신 맞는 17세 소녀 미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대상이 16세 이상 모든 성인으로 확대된 19일(현지시간) 뉴저지주 웨스트뉴욕의 한 백신 접종소에서 17세 소녀 케이디 벤투라가 화이자 백신을 맞고 있다. 벤투라는 함께 사는 할머니와 동생들 때문에라도 빨리 백신을 맞고 싶었다고 말했다. 웨스트뉴욕=AP연합뉴스

미국은 지난해 12월 14일 뉴욕에서 의료종사자에게 백신을 처음으로 접종한 뒤 65세 이상 고령자 등 고위험군부터 접종을 했다. 모든 성인으로 확대된 것은 4개월여 만이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이날 전체 인구의 39.5%인 1억3124만7546명이 최소 1회 이상 백신을 맞았고, 8426만3408명(25.4%)이 접종을 완전히 마쳤다. 성인으로 한정하면 50.4%가 1회 이상, 32.5%가 2회차까지 접종을 끝냈다. 백신 종류별로는 49.1%(4135만명)가 화이자, 41.5%(3499만명)는 모더나, 9.4%(788만명)가 얀센을 맞았다.

 

한 백인 이웃은 ‘큰 위기’를 넘겼다. 70대 노모가 얀센 백신을 맞은 1주 뒤부터 호흡 곤란, 빠른 맥박 등 이상징후가 나타나 응급실에 실려 갔고, 전신이 마비돼 길랑바레증후군 판정을 받은 뒤 조금씩 회복하고 있다. 한 번만 맞아도 돼 노인층에 인기인 얀센 백신은 혈전 부작용이 확인되면서 접종이 중단됐다.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이 19일(현지시간) 브리핑을 통해 미국 내 백신 접종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100일(4월29일) 내 2억회 접종’을 목표로 내건 가운데 전날까지 1억9200만회 접종이 완료됐다. 워싱턴=AP연합뉴스

백신 접종 거부, 접종 후 지역사회의 방역수칙 경시, 가짜 접종 증명서 유통 등 여러 부작용도 나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백신을 꼭 맞아 달라”고 촉구하고,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이 “접종 후에 방역수칙을 더욱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호소하는 이유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맞는 오는 29일까지 ‘백신 2억회 접종’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했는데, 백악관은 전날까지 1억9200만회 접종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제는 “독립기념일(7월4일)에 바이러스로부터 독립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대통령 언급이 실현될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다. 그때쯤이면 ‘3회차 접종’(부스터 샷)을 해야 할지도 결정될 전망이다.

미국이 백신 물량 확보와 접종 속도에서 이렇게 앞서나갈 수 있었던 까닭은 역설적으로 초기 방역 실패 때문이다. 지금껏 세계에서 가장 많은 3173만여명이 코로나19에 걸렸고 56만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미국은 국방물자생산법을 동원해 자국산 백신 수출을 막을 정도로 사활을 걸어 화이자, 모더나 백신만 6억회분을 확보했다. 전 국민이 2번씩 맞아도 물량이 남는다.

 

이제 미국은 생활의 ‘불안한 여유’를 찾아가고 있다. ‘온라인 수업’과 ‘주 2회 출석’ 선택지만 있던 학교는 이번주 ‘주 4회 출석’도 허용한다. 지난해 3월 이후 아이들을 내보내지 않던 이웃은 어른들이 백신을 맞은 뒤 자녀의 ‘외유’를 일부 허락했다. 이 집에 사는 65세 이상 노인, 암 수술 전력 아빠, 은행원 엄마와 병원 직원 삼촌은 한 달쯤 전에 접종을 마쳤다.

15일(현지시간) 텔아비브 해변에 수많은 인파가 몰려 따뜻한 햇볕을 즐기고 있다. 텔아비브=AP연합뉴스

이스라엘 사정도 비슷하다. 인구 880만명의 이스라엘은 누적 확진자 83만여명, 사망자 6300여명을 기록 중이지만, ‘백신 속도전’으로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최근 일일 신규 확진자는 100명 안팎으로 줄었고, 사망자는 10명을 밑돈다. 봉쇄 완화에 이어 야외 마스크 착용 의무도 해제한 이스라엘은 추가 접종에 필요한 백신 재고까지 확보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이스라엘 총리실과 보건부는 이날 2022년에 쓸 코로나19 백신 수백만회분의 구매계약을 화이자 측과 체결했다고 밝혔다.

 

백신 빈부격차가 날로 벌어지는 가운데 스웨덴의 10대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이날 “기후위기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먼저 도와야 한다”며 국제 백신 공동 구매 프로젝트 ‘코백스 퍼실리티’에 10만유로(약 1억3000만원)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최저 접종률 日… 국민 불만 고조

 

일본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지연되면서 국민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20일 영국 옥스퍼드대 ‘아워 월드 인 데이터(Our World in Data)’에 따르면 일본의 인구 100명당 접종률은 1.53회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에서나 G7(주요 7개국) 중 최하위다. 한국(3.32회)의 절반 수준이자 아프리카의 르완다(2.7회)·짐바브웨(2.05회), 동남아의 미얀마(1.91회)·라오스(1.87회)보다도 뒤처져있다. 세계 평균은 11.61회이고, OECD 평균은 27.92회, G7 평균은 32.85회다.

 

NHK 집계에 따르면 18일 누적 접종은 193만111회로, 2회 접종을 마친 사람은 71만1000여 명이다. 2회 접종을 받은 사람은 일반인이 아니라 전원 의료종사자이고, 고령자 접종이 이제 막 시작한 단계다. 전체 인구를 기준으로 보면 2회 접종자 비율은 0.6%에 불과하다.

사진=AP연합뉴스

접종 지연의 최대 원인은 역시 공급 문제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19일 방미 중 화이자의 앨버트 블라 최고경영자(CEO)와 전화통화에서 백신 추가 공급을 요청한 사실을 소개하며 “(16세 이상 전국민분을) 9월까지 공급받을 목표가 섰다”고 말했다. 스가 총리 발언에도 백신 확보와 실제 접종은 별개 문제여서 계획보다 접종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가 총리는 구체적인 추가 조달 물량도 밝히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올 상반기 16세 이상 전국민분 백신을 확보하고 내년 2월 말까지 접종을 완료한다는 계획이었다. 도쿄신문은 “현시점에서 6월 말까지 확보 전망이 서 있는 것은 화이자의 (기존 합의) 5000만명분뿐”이라며 “접종도 (2월이 아닌) 내년 봄까지 걸린다면 두 가지(백신 확보와 접종) 모두 (계획보다) 늦어진다”고 분석했다.

 

백신 지연에 대한 일본 국민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이 18일 유권자를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75%가 백신 접종이 늦다고, 63%는 스가 정권의 코로나19 대책을 평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사진=신화연합뉴스

◆‘방역 성공’ 취한 中, 접종률 10%대 그쳐

 

중국은 상하이 모터쇼와 하이난 보아오 포럼을 오프라인 행사로 개최해 코로나19 방역 성공을 대내외에 과시하고 있다. 중국의 코로나19 방역 성공은 철저한 통제에 기인한다. 미얀마와 접해 있는 윈난성 루이리 지역에서 지난달 말 코로나19가 발생하자 보건당국은 바로 지역을 통제하고 전수검사에 착수했다. 20일 중국 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가 발표한 전날 기준 중국 내 코로나19 발생 건수는 1건(해외유입 제외)이었다. 14억 인구 중에서 단 1명의 확진자만 나온 것이다.

 

하지만 통제의 이면엔 낮은 백신 접종률이 자리 잡고 있다. 위건위에 따르면 지난 18일까지 중국의 누적 백신 접종건수는 총 1억9212만7000회였다. 2차 접종까지 한 이들을 감안하면 10%대 초반 접종률이다. 이스라엘 등과 비교하면 한참 낮은 수준이다.

19일(현지시간) 상하이에서 열린 상하이 모터쇼에에서 마스크를 쓴 관객들이 신차 발표를 보고 있다. 상하이=AP연합뉴스

중국의 방역통제가 백신 접종의 필요성을 낮추고, 자체 백신 효능에 대한 우려 등이 겹치면서 접종 속도가 좀처럼 나지 않고 있다. 저장성 질병예방통제센터가 최근 의료진 및 방역 근로자 75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2%만이 백신을 맞을 의향이 있다고 밝히는 등 전문가들조차 자국 백신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 않다.

 

중국은 6월까지 인구 40%인 5억6000만명, 연말까지 약 9억명을 접종해 인구의 64%가 백신을 맞도록 할 방침이다. 더딘 속도에 백신 접종자에게 쇼핑 쿠폰을 주거나 접종 장소를 늘리는 총력전을 펴고 있다.

 

베이징 자금성 인근에 ‘이동식 코로나19 백신 접종소’를 설치해 무료 접종 후 음료수나 공원 입장권을 증정하는 등 보건당국은 백신접종 장소를 5만곳으로 확대해 어디서든 백신을 접종케 하고 있다. 또 베이징 다싱구의 경우 백신 접종자에게 30위안(약 5200원) 상당의 쇼핑 쿠폰을 주는 등 지자체별로 각종 유인책도 펴고 있다. 건물 상주인구 중 접종률에 따라 색이 다른 스티커를 건물 출입문에 붙이거나, 어학연수를 하는 외국인에게조차 접종을 독려하고 있다. 반면 일부 지방에서는 성과를 높이기 위해 백신 미접종자의 대중교통 이용과 공공장소 접근 등을 제한해 물의를 빚었고, 사과하는 일이 벌어졌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도쿄=김청중 특파원,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