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한파 속 거리배회 ‘내복 여아’ 엄마들 처벌 면해

4살 홀로 둔 채 출근한 母 기소유예
檢 “당일 37회 통화… 상태 살펴”
5살 쫓아낸 엄마도 학대정황 없어
지난 1월 8일 집 근처에서 내복 차림으로 행인에게 발견된 여아가 경찰에 구조되고 있다. 사진=SBS 방송화면 캡처(편의점 CCTV)

한겨울 내복 차림으로 거리를 배회하던 4세 여아의 어머니가 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서울북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김봉준)는 21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를 받는 어머니 A씨를 기소유예 처분했다고 밝혔다.

A씨의 딸 B양은 지난 1월 서울 강북구의 집에서 밖으로 잠시 나왔다가 문이 잠겨 들어가지 못하고 거리를 배회했다. 당시 편의점 인근에서 울고 있는 B양을 발견한 이웃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다. B양을 홀로 키우던 A씨는 B양이 어린이집 등원을 거부하자 집에 홀로 남겨둔 채 출근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A씨가 딸을 혼자 양육하다가 홀로 두고 출근한 것은 사건 당일이 처음이었다”며 “출근 이후에도 37회 통화하며 피해 아동의 상태를 살핀 점을 고려했다”고 처분 이유를 들었다. 아동보호기관도 ‘A씨가 양육에 대한 의지가 강하고, B양도 친모와 분리된 것에 분리불안을 느껴 가정으로 복귀시켰다’며 A씨에 대한 선처를 탄원했다.

검찰은 같은 달 강북구에서 내복 차림으로 30여초간 집 밖을 서성이던 5세 여아의 어머니 C씨에 대해서도 무혐의 처분했다. C씨는 당시 딸이 ‘쥐포를 훔쳐먹었다’며 집 밖으로 내쫓은 혐의(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로 경찰 단계에서 기소 의견 송치됐다.

그러나 아이가 엄마와 분리조치 된 후 상담사에게 ‘엄마가 나가라고 한 적이 없다’며 진술을 번복했고, 피해 아동의 신체에서 학대 정황이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해 혐의없음으로 처분했다. 다만 피해 아동이 ‘엄마와 살고 싶지 않다’고 진술했고, 전문가들도 ‘C씨가 감정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의견을 내놔 피해 아동은 장기보호시설에서 보호하기로 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