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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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쓰레기 줄일 소비기한 도입을”

22일 ‘지구의 날’… 각계 촉구 이어져
기존 ‘유통기한’보다 폐기 시점 늦춰져
이산화탄소 배출량·처리 비용 등 감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만6221t. 한국에서 하루에 버려지는 음식물쓰레기 양(2018년 통계청 집계 기준)이다. 매달 48만t이 넘는 음식물쓰레기가 버려진다. 1년으로 치면 600만t에 달한다. 2010년 이후 연평균 2.3%씩 늘어나고 있는 음식물쓰레기 양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배달이나 포장, 가정 간편식 소비가 증가하면서 더욱 늘어나는 중이다.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음식물쓰레기를 대폭 줄일 수 있는 ‘소비기한표시제’ 도입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소비기한표시제는 기존 ‘유통기한’과 달리 식품을 섭취해도 안전한 기한을 제품에 적는 제도다. 소비기한을 도입하면 유통기한을 폐기 시점으로 인식해 버려지는 식품폐기물을 줄여 이산화탄소(CO₂) 배출과 폐기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 그만큼 지속가능한 지구 환경 보전에 도움이 된다.

환경·소비자단체들이 소비기한표시제 도입을 촉구하는 데 앞장서고 시민들도 동참하고 있다. 소비자기후행동은 이달부터 ‘앵그리푸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라면·우유·식용유 등이 담긴 ‘앵그리푸드 키트’를 국회의원과 유명 유튜버, 일반 시민들에게 전달하고 인증사진을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도록 안내한다. 소비기한표시제 도입을 지지하는 서명도 받고 있다. ‘앵그리푸드’란 이름은 소비가 가능한데도 유통기한이 지나 버려지는 식품을 본 소비자들의 불만을 표현한 것이다. 키트 구성품인 라면·우유·식용유도 다른 제품에 비해 유통기한과 실제 소비기한 간 차이가 큰 식품을 고른 것이다.

 

해외 주요 국가는 대부분 일찌감치 소비기한표시제를 도입했다.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는 2016년 유통기한 삭제에 합의하고 2018년 소비기한을 사용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소비자에게 혼란을 주고 음식물쓰레기를 양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011년 유통기한을 삭제한 영국과 유럽연합(EU), 호주, 홍콩, 일본 등은 품질유지기한과 소비기한을 모두 사용한다.

국내에서도 2011년 소비기한표시제 도입이 논의되기 시작해 지난해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의원들은 소비자 혼란과 식품 안전, 식품 순환주기 연장 등의 이유를 들어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관련 업계 등과 논의를 거쳐 최대한 빨리 법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방침이다.

 

유지혜·이지안 기자 kee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