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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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로 떠오른 ESG경영, 평가기준·등급은 ‘고무줄’

평가기관마다 ‘들쭉날쭉’
매출액 100대기업 중 55개 기업
평가기관별 평균 1.4단계 격차

평가 항목·가중치 등 서로 달라
같은기업이 최대 5단계 차이도
일각 ‘코리아디스카운트’ 의심

“비재무적 지표 점수화 어려워
적절한 평가 받기 위한 전략 필요”

“경영일선에서 너도나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개선)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정작 ESG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한 대기업 직원 A씨는 26일 최근 재계의 화두인 ESG 전략을 묻자 이 같은 막막함을 호소했다. 기업들이 ESG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속내는 대부분 A씨와 비슷한 모양새다. 각 기업이 ESG 경영 전략을 세우느라 골머리를 앓는 것이다. 평가기관별로 평가기준이 매우 다르고 기준도 모호한 데다가 평가결과까지 천차만별인 탓이다.

ESG 평가기관별로 기준과 항목별 가중치가 다르다 보니 같은 기업의 등급 격차가 최대 5단계까지 벌어지는 일도 있다고 한다. ESG가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한 필수요소가 되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들이 각각의 실정에 맞는 자율적이고 전략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간한 ‘국내외 ESG 평가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국내 기업의 ESG 경영 실태가 잘 드러난다.

보고서는 대표적 국내외 ESG 평가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레피니티브,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등 3개 기관이 평가하는 ESG 등급을 7등급 체계로 환산한 뒤 비교했다.

현대제철의 경우 MSCI와 레피니티브의 평가등급 격차가 5단계까지 벌어졌다. 현대차와 기아, 삼성중공업에 대한 두 기관의 평가등급도 4단계까지 차이를 보였다. 3단계 이상 차이가 나는 기업도 22개에 달했다. 이들을 포함한 매출액 100대 기업 중 55개 기업의 평가기관별 ESG 등급 평균 격차는 1.4단계였다.

전경련은 평가결과가 이처럼 차이나는 것에 대해 기관마다 평가항목과 기준이 상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평가항목별로 보면 환경(E)의 경우 MSCI는 기후변화, 천연자원, 오염·폐기물, 환경적 기회를 기준으로 삼았다. KCGS의 경우에는 환경전략과 환경조직, 환경경영, 환경성과, 이해관계자 대응을 기준으로 구성했다. 레피니티브는 자원사용, 배출, 제품혁신 등으로 평가했다. 전경련은 해외 ESG 평가기관의 경우 우리나라 기업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등급을 산정해 한국 기업을 저평가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 집단에서서 이런 상황에선 각 기업이 개별 ESG 추구 목표에 맞는 자율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들은 2008년 이후 성장이 아니라 지속가능성이라는 새로운 목표에 직면했다. 기업 평가기준이 매출과 영업이익이라는 정량적 지표에서 환경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등 비재무적 성과지표로 바뀌면서 이를 점수화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ESG가 기업의 모든 것을 담는 척도로 대두한 만큼 적절한 평가를 받기 위한 전략 마련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송재형 전경련 ESG 태스크포스(TF) 팀장은 “ESG 평가결과를 제공하거나 활용하는 곳 등에 차이가 있는 만큼 각 기업이 왜 ESG를 추구하는지, 투자 유치인지, 연기금 대응인지 등 구체적인 방향을 정해 벤치마크지표를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계 차원의 지원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제1차 ‘ESG 경영위원회’를 개최했다. 위원장으로 추대된 손경식 경총 회장은 “ESG 이슈가 기업경영의 필수요소로 부상했다”면서 “위원회를 통해 ESG 자율경영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남혜정 기자 hjna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