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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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지옥’ 인도發 국내 항공편 중단… 교민들 패닉

印, 하루 확진 35만명 사상최다
정부, 부정기 운항편 일시 중단

5월 귀국 특별기부터 발 묶여
“여기서 죽으라는 건가” 발 동동
각국도 입국금지 조치 잇따라

美·EU, 백신원료 등 긴급 지원
25일(현지시간) 인도 서벵골주 실리구리의 시장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모양의 헬멧을 쓴 비정부기구(NGO) 활동가가 한 시민에게 방역지침을 설명하고 있다. 인도는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연일 30만명을 웃도는 등 심각한 상황이다. 실리구리=AF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가 극심한 인도에서 한국과의 항공편 운항이 중단되며 현지 교민들이 큰 혼란에 빠졌다. 인도의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35만명을 넘기며 기존 최고 기록을 또 경신하자 미국 등 국제사회가 긴급 지원에 나섰다.

26일 주인도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최근 인도의 코로나19 확진자 및 사망자 폭증을 이유로 한국·인도 간 부정기 항공편 운항 허가를 중단키로 했다. 이에 따라 당장 다음달로 예정된 귀국 특별기 6∼7편의 운항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항공사와 여행사는 잠정적으로 특별기 운항 날짜를 정해 이미 예약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현재 인도에서 한국으로 들어가는 항공편은 정기편이 없고 부정기편만 운행한다.

내달 이후 귀국 여부가 불확실해지자 교민 사회는 큰 혼란이 빚어졌다. 대기업 주재원 가족은 물론 사업 프로젝트 진행, 자녀 입시 준비 등을 위해 한국에 입국해야 하는 이들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서다. 강호봉 재인도 한인회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매일 뜨는 정기편이야 일시적으로 막을 수 있겠지만 정부가 어떻게 한 달에 몇 차례 뜨지도 않는 특별기 운항을 막으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인도 교민은 여기에서 죽으라는 이야기인가”라고 말했다.

인도 내 우리 교민 사회는 최근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두려워하고 있다. 하루 30만명 넘는 신규 확진자가 쏟아지며 병원마다 중환자실이 거의 꽉 찬 상태라서다. 중증 판정을 받더라도 당장 입원해 치료를 받을 가능성이 낮다는 얘기다. 이날까지 주인도 대사관에 보고된 누적 교민 확진자 수는 100여명이다. 인도의 우리 교민 수는 약 1만1000명으로 알려져 있다.

인도는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했다. 이달 들어 매일 30만명 이상씩 환자가 폭증하더니 26일엔 일일 신규 확진자가 무려 35만2991명으로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하루 사망자도 2812명으로 기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누적 사망자 수는 19만5000여명으로 조만간 2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당장 미국이 백신 원료 공급 등 의료지원을 강화하고 나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팬데믹 초기 미국의 병원들이 압박받았을 때 인도가 지원해준 것처럼 우리도 인도가 도움이 필요할 때 돕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인도가 생산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코비실드’ 생산에 필요한 원료물질 공급원을 확인했으며, 인도로 하여금 이를 이용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아울러 인도의 최일선 보건 종사자들을 보호하고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돕기 위해 치료제, 진단검사 키트, 인공호흡기, 개인 보호장구 물자도 제공할 계획이다.

영국과 유럽연합(EU) 회원국들 역시 인도 지원을 선언했다. 인도와 영토분쟁을 겪고 있는 중국조차 방역물품 제공을 약속했다. 다만 이들은 동시에 인도발 입국규제를 강화하는 등 코로나19 확산 억지에도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독일은 인도를 ‘변이 바이러스 지역’으로 지정하고 인도 방문객의 경우 독일인만 입국을 허용하기로 했다. 네덜란드는 26일 오후 6시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인도발 여객기 착륙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탈리아도 최근 14일 안에 인도를 방문한 사람들의 입국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인도와 접한 방글라데시는 2주간 국경을 닫기로 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