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귀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선국면에서 어떤 역할을 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 대통령을 만든 ‘킹 메이커’인 만큼 양 전 원장이 보폭을 넓히면 현 판세에 끼칠 영향이 적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양 전 원장이 과거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에게 대선 등판을 요구한 발언 등이 회자되고 있다.
27일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따르면 지난 1월부터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객원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해온 양 전 원장은 최근 귀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몇몇 주변 인사들만 접촉하며 잠행 중이라고 한다.
양 전 원장은 지난해 총선에서 민주연구원장을 맡아 총선 공약과 인재영입 등을 주도해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을 견인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후 대통령 비서실장 후보군으로 거론됐지만 현실 정치와는 거리를 뒀다.
당초 양 전 원장은 민주당 대선 후보가 확정되는 연말쯤 귀국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본격적인 대선 경선이 시작되기 전인 전당대회 시점에 귀국해 그의 행보에 눈길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그가 대선 경선 흥행을 위해 유 이사장 설득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양 전 원장은 201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시민문화제에서 유 이사장을 향해 “벼슬을 했으면 그에 걸맞은 헌신을 해야 한다”며 “때가 되면 역사 앞에 겸허하게 (나서야 한다). 대의에 충실히 복무하시길 바란다”고 정계복귀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유 이사장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두 분이 가세해서 열심히 경쟁하면 국민이 보기에 다음 대선이 얼마나 안심이 되겠는가. 세상 일이 자기 뜻대로 안 된다”고 독려했다.
양 전 원장이 ‘딱 부러지는 분이 왜 자기 앞길은 명확하게 결정 못하느냐’고 묻자 유 이사장은 “원래 자기 머리는 못 깎는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그러면서도 “문재인 대통령 집권 5년은 노 대통령 없는 노 대통령의 시대로 더 가까이 가는 시기가 될 것”이라며 “그 뒤에 5년 더, 5년 더 가야겠죠. ‘장장익선(長長益善)’이라고 할까”라고 정권 재창출 의지를 분명히 해 여운을 남겼다.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양 전 원장이 볼 때 현 구도로는 흥행이 안 된다. 양 전 원장은 유 이사장을 설득하려고 노력할 가능성이 크다”며 “실제 나올지는 미지수다. 유 이사장이 최근 너무 강하게 정계 복귀는 없다고 하지 않았나”라고 분석했다.
유 이사장은 최근 정계 복귀설이 흘러나오자 지난 16일 유튜브 ‘알릴레오’ 방송에서 “2013년 2월 정치를 그만하겠다고 말했고 재작년에는 선거에 나가거나 공무원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대선 출마설은) 뇌피셜이다. 근거가 없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대선 출마 가능성을 전망하는 보도에 대해서는 “이른바 ‘친문 후보 옹립론’은 모욕적 표현”이라며 “남의 인생을 장난감 취급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도 통화에서 “양 전 원장은 우리당에 몇 안 되는 정책·정무·일정을 총괄할 수 있는 인물이다. 대선 후보가 확정되면 그 이후에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이라며 “양 전 원장이 유 이사장을 꼭 흥행카드로 활용하겠다고 하면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나설 정치적 틈이 없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