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의 미술품 및 문화재 소장 규모는 그간 정확히 밝혀진 적이 없다. 개인의 사유재산인 만큼 그 규모를 밝힐 의무는 없지만, 사회적 관심은 높았다.
2007년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 이후 2008년 1월 조준웅 특검이 수장고를 압수수색을 했을 때, “수천∼수만점 미술품이 발견됐다”고 보도됐고, 7500점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삼성측은 리움 소장품 등도 포함돼 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
김용철 변호사는 특검 수사 후 2010년 발간한 책에서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장이나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장에 홍성원을 보내서 그림을 사들였는데, 그 규모가 연간 550억~600억원어치였다. 이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홍라희가 산 것이었다”고 적은 바 있다.
11년만인 올해 1월 ‘이건희 컬렉션’에 대해 감정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전체 규모를 엿볼 수 있는 또하나의 근거가 생겼다. 모든 작품을 감정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미술계에서는 이때 감정한 약 1만3000점이 ‘이건희 컬렉션’의 전체적인 규모일 것이라고 추측해왔다.
삼성가의 28일 기부 발표로 수만점 미술품은 존재를 드러냈다. 이날 국공립미술관과 박물관에 기부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규모는 1만1000여건, 2만3000여점이다. 고미술품이나 고서적 등의 경우, 여러 점이 한 세트를 이루고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건수로는 1만여건이지만, 개별 작품 점수로는 2만점이 넘는다.
이날 기부 목록에 들어간 작품은 모두 ‘근대’ 작품들이다. 관심이 모아졌던 마크 로스코의 색면추상 작품 등 국내외의 동시대 및 ‘현대’ 작품들까지 하면 규모는 그 이상이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