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국민의당 간 야권 통합 논의가 ‘동상이몽’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28일 저녁 만난 국민의힘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각각 “합당”과 “당 대 당 통합”이란 표현을 쓰면서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통합 논의는 30일 국민의힘 새 원내대표가 선출된 뒤 본격화할 전망이다.
주 권한대행은 임기 만료를 하루 앞둔 29일 마지막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주재한 뒤 기자들과 만나 “내일 후임 원내대표가 뽑히면 당대표 대행을 겸하는데, 그 대행과 (안 대표가) 계속해서 (통합)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주 권한대행과 안 대표는 전날 오후 8시30분쯤부터 1시간여 회동을 갖고 통합 문제를 논의했다.
그는 이어 안 대표와 당명, 로고, 정강 등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면서 “(안 대표 측에서) 중도·실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강·정책이 됐으면 좋겠고 청년·여성의 활발한 정치 진출을 위한 의무할당제 같은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했다. 주 권한대행은 “합당에 상당한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도 덧붙였다.
이날 안 대표도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많은 부분 의견 일치를 봤다”며 “추가 논의는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이 정해지면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어 “‘당 대 당 통합’에 대한 원칙을 말했고, 큰 틀에서 공감대는 있었다”며 “다음에 선출될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논의하는 과정에서 세부 일정들까지 결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당의 통합 논의는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안 대표가 먼저 꺼내 들었다. 선거 이후 국민의힘은 의원총회를 통해, 국민의당은 당원간담회 등을 통해 통합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통합 방식을 놓고는 이견을 보인다. 국민의당은 통합 찬성 당론을 발표하면서 개별입당이나 흡수통합이 아닌 당 대 당 통합을 강조한 반면, 국민의힘은 의석수가 101석 대 3석으로 큰 차이가 나는 만큼 흡수통합 형태의 합당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날 양당 대표의 입에서 이런 견해차가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향후 통합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