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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대 해병대 첫 공격헬기가 뜬다 [박수찬의 軍]

해병대 상륙공격헬기 마린온 무장형과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이 함께 비행하는 상상도. KAI 웹진 캡처

해병대 상륙을 지원할 공격헬기가 국내 기술로 개발된다. 성능 면에서는 AH-64E 아파치나 AH-1Z 바이퍼 등 해외 기종보다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지만, 장기 운용 등에서는 국산화가 더 낫다는 판단에서다.

 

방위사업청은 지난달 26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어 해병대 상륙공격헬기 국내 연구 개발을 의결했다. 해병대 공격헬기 국내 개발과 해외 도입을 놓고 세 차례의 연구용역을 거친 끝에 국내 개발방안이 최종 결정됐다.

 

기종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만든 마린온 해병대 상륙기동헬기를 개조한 마린온 무장형이  유력하다. 방사청과 KAI는 1조6000억원을 투입, 내년 중 체계개발에 착수해 2026년부터 실전 배치한 뒤 2031년까지 24대를 납품할 전망이다. 

 

◆AH-1Z 도입 효과 크지 않아

 

이번 결정을 앞두고 군 안팎에서는 마린온 무장형 도입에 회의적인 견해가 적지 않았다. AH-1Z의 성능이 더 우수하고, 공격헬기로서의 외형을 갖췄으며, 미 해병대와의 상호운용성도 높다는 것이다. 미 해병대가 운용했으나 퇴역이 예정된 AH-1Z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마린온 무장형과 비교했을 때, AH-1Z를 비롯한 외국산 공격헬기는 차별화된 장점이 크지 않다는 평가다.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이 제자리비행 시험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AH-1Z는 미 해병대가 사용하는데 최적화된 기종이다. 미 해병대는 UH-1Y 기동헬기와의 호환성이 80%에 달해 최소한의 후속지원만으로도 AH-1Z를 쓸 수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해외 원정작전에 투입되는 미 해병대는 상륙함 내 공간 제약과 열악한 보급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공격헬기와 기동헬기의 상호운용성을 통해 수리부속 조달과 정비 인력 소요를 가능한 낮춰야 한다. AH-1Z와 UH-1Y를 함께 운용하는 이유다.

 

한국 해병대가 AH-1Z를 도입하면 미 해병대처럼 공격헬기와 수송헬기간 상호운용성의 이점을 얻지 못한다. 마린온과 AH-1Z는 부품 호환이 어렵다. 별도의 후속군수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하므로 비용절감 효과가 크지 않다. 

 

반면 마린온과 마린온 무장형의 호환성은 90%가 넘는다. 미 해병대처럼 공격헬기와 기동헬기의 상호운용성 유지가 가능하다. 

 

도입비용도 AH-1Z는 대당 450억 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반면, 마린온 무장형은 300억 원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 해병대가 사용하는 AH-1Z 공격헬기. 세계일보 자료사진

방탄성능을 포함한 생존성은 AH-1Z가 우수하다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기존 수리온도 14.5㎜ 기관총탄을 막아낼 수 있다. 헬기의 생존은 방탄성능이나 기체 형상보다는 먼 거리에서 목표를 탐지하거나 적 위협에 대응하는 수단을 얼마나 잘 갖추는 것에 달려있다는 지적도 많다. 

 

생산 종료가 임박한 AH-1Z의 제작 일정도 영향을 미쳤다. 

 

벨은 지난해 12월 기자간담회에서 “미 해병대와의 계약에 의해 2022년까지 납품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이 AH-1Z의 마지막 고객이 될 것이라는 의미였다.

 

벨은 “2040년대까지 AH-1Z를 쓸 미 해병대와 해외 고객을 위한 군수지원은 유지한다”고 설명했지만, 생산이 끝나면 수리부속 문제가 심각해지는 것은 시간 문제다. 군수비용 상승 가능성도 높다.

미 해병대 AH-1Z와 기동헬기 UH-1Y가 함께 지상에 착륙을 시도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특히 미 해병대가 ‘포스 디자인 2030’에 따라 상륙공격헬기 대대를 5개에서 3개로 줄이기로 한 상황을 감안하면, 후속군수지원 문제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성능개량도 난항을 겪을 수 있다.

 

반면 마린온 무장형은 수리온 관용헬기 제작 등이 이어지고 있어 수리부속 조달에 큰 문제가 없다. 수리온 성능을 UH-60과 유사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수리온 성능개량 사업도 진행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반도 유사시 미 해병대와의 연합작전 과정에서 공격헬기 운용에 필요한 군수품과 탄약을 공유하고, 연합작전 효율을 높이려면 AH-1Z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미 해병대가 상륙공격헬기 대대 감축을 위해 폐기할 AH-1Z 20여 대를 도입하는 방안이 거론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하지만 미국 측은 중고 AH-1Z의 한국 판매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공군 C-130J 수송기가 활주로에서 이륙을 위해 엔진을 가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방산업계 소식통은 “미 해병대가 퇴역시킬 AH-1Z는 비행시간이 700시간 정도에 불과해 기체 상태가 상당히 좋다”면서도 “판매처로는 대만이 거론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AH-1Z의 한국 판매를 위한 작업이 부족했다는 관측도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AH-1Z 마케팅을 위해 국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람이 있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며 “지난해 12월 기자간담회 외에는 눈에 띄는 활동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지난 3월 사업추진기본전략이 의결된 육군 대형공격헬기 2차 사업은 미국 보잉 AH-64E가 유력 기종으로 꼽히고 있어 AH-1Z가 한국에서 또다른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예산 압박으로 해외 도입 ‘난항’ 가능성도

 

이날 방추위에서는 해병대 상륙공격헬기 국내 개발 결정과 더불어 대형 수송기 2차 사업을 국외 구매 방식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내년부터 2026년까지 4800억 원을 들여 4대를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에어버스가 제작한 A400M 수송기가 이륙하고 있다. 에어버스 제공

당초 대형 수송기 2차 사업은 스페인과의 스왑딜(맞교환 거래) 방식이 거론됐다. 스페인이 T-50 훈련기를 도입하면 그 대가로 한국이 유럽 에어버스 A400M 수송기를 구매하는 식이었다. 스페인은 자국 내 공장에서 만든 잉여 A400M을 처분할 수 있고, 한국은 유럽에 T-50 수출 거점을 만들 수 있어 상호 이익이 되는 거래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구체적인 논의는 진척되지 않았고, 스페인은 훈련기 자체 개발로 정책을 선회했다. 이에 따라 대형 수송기 2차 사업은 일반적인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후보로는 미 록히드마틴 C-130J-30과 에어버스 A400M 등이 거론된다.

 

우여곡절 끝에 사업이 착수됐지만, 빠르게 진행될지는 확실치 않다. 대형 수송기 2차 사업을 포함, 외국에서 무기를 들여오는 사업은 예산이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공군의 공중 위협 감시에 쓰일 공중조기경보통제기 2차 사업은 2대 도입에 1조6000억 원이 투입된다. 

 

지난해 방추위를 통과한 E-737 조기경보기 피아식별장비(IFF) 및 연합전술데이터링크(Link-16) 성능개량 사업은 4900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 다른 핵심장비 성능개량이 추가된다면 E-737의 전체 성능개량 비용은 훨씬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한국 공군 F-15K 전투기와 E-737 공중조기경보통제기가 비행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4세대 전투기인 F-15K에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 등을 장착해 4.5세대로 성능을 높이는 F-15K 성능개량에는 4조~5조원이 들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해군은 건조비가 2조 원으로 추산되는 3만t급 경항모 건조 사업 추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육군도 3조 원이 넘는 대형공격헬기 2차 사업 등을 추진중이다. 

 

반면 기획재정부와 국회 심의를 거쳐 올 연말 확정될 내년도 국방예산은 규모가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코로나19 방역과 재난 지원, 경기부양 등의 예산 소요가 많아 국방예산은 대폭 순증(순수하게 증가함)이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력증강 우선순위를 잘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연구개발 및 양산은 일자리 창출과 기술 수준 향상 등의 효과가 있어 사업 추진 동력을 얻기가 용이하다. 반면 해외 무기 도입은 사업 속도 가속화에 필요한 범정부적 동력 확보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해외 무기 도입 프로젝트 중 △비용이 당초 예상보다 과도하거나 논란이 있는 신규 사업 △대체 전력이 있어서 시급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되는 신규 사업 △연구용역·사업타당성조사가 제때 이뤄지지 않거나, 그 결과가 좋지 않은 사업 등은 올해 기재부 및 국회 심의 과정에서 험로가 예상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