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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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해외 난민 수용 인원 트럼프보다 4배 이상 올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취임 100일을 맞아 미 조지아주 덜루스의 인피니트 에너지 센터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덜루스=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올해 난민 수용 상한선을 기존의 1만 5000명에서 6만 2500명으로 올리겠다고 3일(현지시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공약을 통해 자신의 임기 첫 회계연도에 난민을 6만 5000명 받아들이고, 두 번째 회계연도부터는 연간 12만 5000명까지 수용하겠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 출범을 계기로 미국의 남부 국경으로 넘어오는 불법 이민자들이 폭주하는 사태가 발생함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임 대통령 정부가 설정한 연간 난민 수용 인원 1만 5000명을 그대로 유지하는 내용의 행정 명령에 약 2주일 전인 4월 16일 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난민 정책에 진보 진영과 이민 옹호 단체 및 종교 지도자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치, 인종, 종교 등의 이유로 박해를 받는 난민을 외면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난민 수용 인원을 확대하는 쪽으로 전격 선회했다. 올해 회계연도가 끝나는 9월 30일까지 트럼프 정부 당시보다 난민 수용 인원을 약 4배 이상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올해 회계연도에 6만 2500명의 상한선을 채우기 어려울 것이라고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밝혔다. 미국은 해외 난민의 입국 신청서를 사전에 접수해 이를 심사한 뒤에 수용 결정을 내린다. 미국이 올해 받아들인 난민은 현재까지 2000명가량에 불과하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보도했다. 이는 사상 최저 수준이라고 WSJ이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전 정부가 설정했던 역사적으로 낮은 수치인 1만 5000명은 난민을 환영하고 지원하는 미국의 가치를 반영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전 세계 난민들의 마음에 남아있는 의구심을 없애기 위해 이 조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는 또 전임 트럼프 정부의 이민 정책에 따라 국경에서 헤어진 중미 지역 이민자 가족의 재결합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트럼프 정부 당시에 국경에서 자녀와 떨어져 홀로 추방된 이민자 부모 4명이 이번 주 미국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마요르카스 장관은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고, 더 많은 가족이 뒤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안보부에 따르면 트럼프 전임 정부의 ‘무관용 원칙’에 따라 2017년 또는 2018년에 부모가 중미 지역으로 추방된 상태에서 그 자녀만 미국에 남은 ‘이산가족’이 최소한 1000여 가족에 이른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