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서부의 한 학교 앞에서 8일(현지시간) 여학생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차량 폭탄 테러가 발생해 최소 58명이 숨지고 150명 이상이 다쳤다고 아프간 내무부가 밝혔다. 지난 1일 미군이 철수에 돌입한 이후 테러가 빈발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타리크 아리안 아프간 내무부 대변인은 “8일 오후 카불의 사예드 울 슈하다 고등학교 앞에서 차량 폭탄이 터졌다”며 “학생들이 밖으로 뛰쳐나가자 2개의 폭발물이 추가로 터졌다”고 밝혔다. 두 딸의 하교를 도우러 왔던 한 학부모는 뉴욕타임스(NYT)에 “학교 밖에 주차된 도요타 승용차 안에서 한 남성이 초조해하며 떨고 있는 모습을 보고 ‘뭘 하느냐’고 물었는데 ‘상관 말라’는 답을 들었다”며 “몇분 뒤 차량이 폭발했다”고 말했다.
사건이 발생한 학교는 오전 남학생, 오후 여학생을 대상으로 교대 수업을 한다. 폭발은 오후 4시쯤 일어나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11∼15세 여학생들이 주로 희생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테러 직후 학교 앞은 쓰러진 학생들과 이들이 남긴 핏자국, 가방, 책 등으로 아수라장이 됐고 앰뷸런스가 모여들어 사상자를 실어 날랐다. 인근 병원장은 “병원으로 20구의 시신과 40여명의 부상자가 이송됐다”며 “다수 여학생의 상태가 위중하다”고 전했다.
아프간 대통령궁은 이번 테러가 탈레반 소행이라며 “반인도주의적 범죄”라고 비난했다. 탈레반은 1996∼2001년 집권 당시 여성의 직업 취득과 학교 교육을 금지하는 등 여성의 사회적 권리 억압책을 폈었다.
탈레반은 오히려 “극악무도한 범죄”라고 이번 사건을 비난하며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에 책임을 돌렸다. 시아파 소수민족 하자라족이 많이 거주하는 카불 서부는 IS의 공격이 빈발하는 곳이다. 지난해 5월 무장괴한이 이 지역 산부인과에서 총기를 난사해 산모와 아이 24명이 숨진 사건도 IS 소행으로 추정된다.
NYT는 “미군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이 철수를 시작한 이후 탈레반이 남부와 북부를 중심으로 공세를 펴면서 전날까지 최소 44명의 민간인과 139명의 정부군이 숨져 지난해 10월 이후 주간 사망자 수가 가장 많았다”며 “미군 철수가 임박한 뒤부터 아프간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