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와중에 치러진 영국 지방선거에서 집권 보수당이 나름 선전했으나 런던 등 주요 도시 시장 자리는 야당인 노동당이 수성에 성공했다. 스코틀랜드에선 지역 정당이 승리해 분리독립 목소리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9일(현지시간) BBC방송 등에 따르면 6일 실시된 선거 개표 중간 집계 결과 보수당은 잉글랜드 143개 의회 중 137개 의회에서 2247석을 차지해 노동당(1283석)과 격차를 크게 벌렸다. 2016년 선거와 비교해 보수당은 245석을 더 얻은 반면 노동당은 307석을 잃었다.
보수당은 특히 노동당 텃밭인 잉글랜드 하틀풀 의원 보궐선거에서 역사적 압승을 거뒀다. 질 모티머 보수당 후보가 51.9% 득표율로 28.7%에 그친 폴 윌리엄스 노동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보수당이 이 지역에서 승리한 건 57년 만이다.
런던·리버풀·맨체스터·브리스틀 등 잉글랜드 지역의 노동당 소속 시장 8명은 일제히 재선에 성공했다. 득표율 55.2%를 얻은 사디크 칸 런던시장은 “모든 런던 사람을 위한 시장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파키스탄 이민자 가정 출신인 그는 2016년 무슬림(이슬람교도)으론 처음 런던시장에 당선돼 전 세계 이목을 끌었다.
노동당은 웨일스 의회 선거에서도 60석 중 30석을 차지했다. 보수당은 16석을 얻는 데 그쳤다.스코틀랜드 의회 선거에선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이 129석 중 64석을 차지했다. 과반에서 한 석 모자라지만 동맹인 녹색당(8석)과 연합을 구성하면 다수당이 된다.
이에 따라 영국으로부터 분리독립하려는 스코틀랜드의 움직임엔 다시 한번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 겸 SNP 대표는 “팬데믹이 끝나면 또 다른 분리독립 투표를 추진할 것”이라며 “그것이 스코틀랜드의 뜻”이라고 밝혔다. 2014년 분리독립 투표는 반대 55%로 무산된 바 있다.
‘슈퍼 목요일’이라 불린 이번 지방선거는 지난해 실시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연기된 끝에 실시됐다. 보수당의 승리는 보리스 존슨 총리의 백신 접종 캠페인 성과, 코로나19 봉쇄 완화 덕분으로 분석된다. 한편으론 잉글랜드 중북부의 노동당 지지 기반에 균열이 생기는 등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영국 내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황을 반영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2016년 브렉시트에 찬성한 노동당 지지자들이 보수당으로 돌아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칸 런던시장도 “이번 선거 결과는 영국이 여전히 분열돼 있음을 보여준다”며 “브렉시트 상처는 치유되지 않았고 경제적 불평등은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보수당 공천으로 맨체스터의 베리와 덴턴 사우스 지역 구의원에 각각 출마했던 탈북민 박지현, 티모시 조 후보는 낙선했다. 다만 박씨는 2명을 뽑는 해당 선거구에서 득표 수 기준으로 3위를 차지했고 조씨도 2위를 기록했다. 조씨는 트위터에 “저를 뽑아준 유권자 689명에게 감사드린다”며 “북한에선 생각하지도 못했던 경험”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