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자산가치 폭락을 경고했다. 지난주 내놓은 ‘금융안정 보고서’를 통해 “몇몇 자산 가격이 역사적인 정상치를 벗어나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며 “부풀었던 자산 가격이 꺼지면 미국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위험이 확대될 수 있다”고 했다. 미 연준이 이처럼 직설적인 경고를 하는 건 드문 일이다. 그만큼 자산시장의 거품 현상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코로나19 경제 충격으로 막대한 돈이 풀리면서 미국 내 자산 가격은 급등했다. 주가는 지난 1년 새 S&P500을 기준으로 45%나 뛰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23차례나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커진 미국 주식가치는 지난 한 해에만 22%나 불어났다. 넘치는 유동성은 가상화폐 시장으로 몰려들어 ‘거품 투기’ 열풍까지 이는 판이다.
주거용 부동산 가격도 7.4%나 올랐다. 미 연준의 금융안정 담당 이사는 “제2의 ‘아케고스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케고스 사태란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 헤지펀드인 아케고스캐피털이 주가 폭락으로 금융회사에 100억달러의 손실을 입힌 사건이다.
미국만 그런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더 심하다. 코스피 지수는 1년 새 60% 이상 뛰었다. 공급을 외면한 엉터리 부동산 정책으로 집값까지 폭등했다. 4년 전 약 6억원이던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이달 11억원을 돌파했다. 자산 거품 정도를 따진다면 미국보다 더하다.
초미의 관심은 미국의 금리인상에 모아진다. 미 연준이 경고를 한 이상, 기준금리 인상은 시간문제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리인상이 필요할지 모른다”는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의 발언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우리 경제에 파문을 몰고 올 게 빤하다. 당장 국내 금리인상으로 이어져 가계는 더 무거운 이자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시장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10조원의 추가 이자 부담이 발생한다고 한다.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출로 증시도 위축될 수 있다. 미국 금리인상이 자산가치 하락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더욱 경계할 대목이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금리인상과 자산거품 붕괴와 깊은 관련이 있다. 연착륙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거품을 키우는 ‘돈 살포’ 포퓰리즘부터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정교한 금융 정책으로 가계 부실화를 막고 장기적인 위기 대응에 나서야 한다.
[사설] 美연준 ‘자산가치 폭락’ 경고, 연착륙 방안 강구할 때다
기사입력 2021-05-09 22:40:49
기사수정 2021-05-09 22:4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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