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0일 군사분계선 인근에서의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고 있는 ‘남북관계발전법(대북전단금지법)’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남북합의와 현행법을 위반하면서 남북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엄정한 법 집행을 하지 않을 수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생중계로 진행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국민들께서도 대화 분위기 조성에 힘을 모아주시기 바란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구체적인 현행법으로 대북전단금지법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해당 법안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을 강조한 발언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법안은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개정된 법으로, 군사분계선 인근 지역에서 대북전단 등의 살포행위를 금지하며 어길 경우 징역 및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북한은 국내 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적대행위를 금지하기로 한 판문점 선언 위반이라면서 강하게 반발해왔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해 6월 “남조선 당국자들이 북남합의를 진정으로 귀중히 여기고 철저히 리행할 의지가 있다면 우리에게 객적은 호응 나발을 불어대기 전에 제 집안 오물들부터 똑바로 줴버리고 청소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북한은 이후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시켰다.
이후 민주당을 중심으로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법안이 추진됐는데, 당시부터 당내에서는 북한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종이떼기 몇 개 날아간다고 북한 체제가 흔들리면 그 체제를 반성하셔야 된다. 오히려 북한 내부에 대해 반성해야 할 타임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등 야당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고 있다면서 강력하게 반발했다. 지난해 12월 본회의에 해당 법안이 올라오자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실시했다. 국민의힘은 김 부부장이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지 않았다면, 여권이 법안을 만들었겠냐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필리버스터를 강제로 종료시키고 법안을 지난해 12월 14일 통과시켰다. 여권은 해당 법안은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는것이 아닌, 군사분계선 인근 주민들의 안전을 위한 법안이라고 주장한다. 민주당 당 대표가 된 송영길 의원(당시 외교통일위원장)은 “탈북민들이 서울 광화문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빨갱이라고 욕해도 아무도 잡아가지 않는다. 표현의 자유는 얼마든지 보장된다”며 “(접경지역에서의 대북전단 살포를) 제한하는 이유는 군사분계선 인근 주민들이 생계에 위협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법안 통과에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미국 의회 내 초당적 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는 지난 4월 15일 대북전단금지법 제정 등 한국 인권 상황과 관련한 청문회를 개최했다. 공화당 측 공동위원장인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은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 한국 헌법은 물론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에 따른 표현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한다고 믿고 있다며 법안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당시 청문회에서는 대체로 법안에 대한 비판적 언급이 나온 가운데, 군사분계선 인근 주민의 안전을 위해 법안 성립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북한은 여전히 대북전단 살포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탈북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달 25~29일 두 차례에 걸쳐 경기·강원도 일대에서 대북전단 50만장 등을 살포했다. 김 부부장은 이에 지난 2일 담화에서 “남쪽에서 벌어지는 쓰레기들의 준동을 우리 국가에 대한 심각한 도발로 간주하면서 그에 상응한 행동을 검토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탈북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경찰은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신속한 수사를 지시했고, 경찰은 대북전단을 살포했다고 주장한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