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인지율 낮은 3040
고혈압은 수축기 혈압이 140㎜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90㎜Hg 이상인 경우에 진단된다. 지난해 말 발간된 국민건강통계자료에 따르면 2018년 우리나라 고혈압 유병률은 27.2%에 달한다. 보통 50대 이상에서 많이 나타나지만 30, 40대도 유병률이 각각 9.5%, 19.0%에 달한다.
문제는 젊은 고혈압 환자의 경우 고혈압이 있어도 이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알아도 치료에 소홀한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30대는 인지율이 17.6%, 치료율이 10.2%에 불과하다. 고혈압 전체 인지율 65.7%와 치료율 61.1%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고혈압으로 인한 증상이 없기 때문에 불편함을 크게 느끼지 않아 관리에 소홀한 것이다.
그러나 고혈압 환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심뇌혈관질환 위험이 2.6배 높다. 관상동맥 질환 위험도도 2.51배 높다. 특히 180㎜Hg 이상 고혈압은 위험도가 5배 이상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수축기 혈압이 20㎜Hg 증가할 때마다 허혈성 뇌졸중, 뇌내출혈, 지주막하출혈 위험도는 남성의 경우 1.79배, 2.48배, 1.65배 높아진다.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손일석 교수는 “30∼40대에서 고혈압을 알고도 무시하다가 뇌출혈, 뇌경색, 심부전 환자가 발생하는 일이 있다”며 “갑작스럽게 큰 혈압변동이 나타난 경우를 제외하고는 고혈압 자체는 크게 증상이 없다. 합병증으로 뇌출혈, 뇌경색 등이 발생하면 두통, 어지럼증, 편마비 등의 증상으로 나타나기에 고혈압은 ‘소리없는 살인자(Silent Killer)’라고 불린다”고 설명했다.
◆염분, 체중 줄이는 생활습관 병행해야
고혈압 진단 시 혈압 강하제를 통한 약물요법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나트륨, 복부비만, 알코올, 니코틴 등 위험인자를 일상생활에서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하루 소금 섭취 권고량은 5g. 그러나 한국인의 하루 평균 소금 섭취량은 10g 수준이다. 고혈압 환자가 이 10g의 소금을 반으로만 줄여도 수축기 혈압이 4∼6㎜Hg 감소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체중 감소도 고혈압 관리에 중요하다. 특히 복부비만은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및 관상동맥질환에 의한 사망률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표준체중의 10%를 초과하는 고혈압 환자가 5㎏ 정도만 체중을 줄여도 뚜렷한 혈압 감소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알코올 섭취는 남성은 20∼30g, 여성은 10∼20g 미만으로 줄여야 한다. 주종에 관계 없이 ‘딱 한잔’만 마시는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되는 양이다. 또 고혈압 환자가 아무리 혈압 조절을 잘해도 흡연을 지속할 경우 심뇌혈관질환 위험은 줄어들지 않는 만큼 합병증 예방을 위해서는 꼭 담배를 끊어야 한다.
카페인의 경우 혈압을 급격히 상승시킬 수는 있지만 이런 혈압상승은 곧 내성이 생겨 직접적으로 고혈압으로 발전되지는 않는다.
손일석 교수는 “매년 전 세계에서는 1년에 1000만명 이상이 고혈압으로 인해 사망하고, 대한민국에서도 고혈압 및 관련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이 주요 사망 원인”이라며 “꾸준한 혈압 측정을 통해, 자신의 혈압을 아는 것이 고혈압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